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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an 15. 2023

최여사 일기

모닝커피

  흐린 날씨 탓일까? 어머니들은 아직 자리에 누웠다. 친정어머니는 태그를 찍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물어보면 이미 깨어있었다고 할 것이다. “엄마, 잘 잤어?” 물으니 히죽 웃는 것으로 답한다. 여느 때처럼 손을 잡고 흔든다. 피골이 상접한 엄마의 눈가에 다크 서클이 짙다.

  시어머니는 방문을 열어도 기척이 없다. “어머니, 아직 주무셔요?” 대답이 없다. 다가가 어깨를 잡고 흔들자 눈을 뜬다. 어둑해서 일까? 초점없는 눈동자가 천정을 바라본다. 아프냐고 여쭈니 기운이 없단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그날인가 보다. 밥상을 준비할 때까지 천천히 일어나시라했지만 다시 방문을 열 때까지 그대로다. 

  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 드시고는 커피를 찾는다. 시어머니의 유일한 호사는 모닝커피다. 시골서부터 믹스커피와 망고주스를 주로 드셨는데 주스는 둘째아들이 전담해서 사다드렸다. 사업을 해 돈을 많이 버는 둘째아들이 줄 때는 자랑스러웠는데 최근에 모시는 며느리가 산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부담스러웠던지 실컷 먹어 생각이 없다며 물리셨다. 비싸지 않다며 계속 사드리긴 하지만 아끼는 눈치다.

  기운이 없어 일어나 앉는 것도 힘든 모양인데 커피는 무리가 아닐까 걱정되어 말리며 망고주스를 드렸더니 “죽더라도 먹고 싶은 거 먹고 죽을 란다.” 누가 보면 굳은 의지의 독립투사라도 되는 줄 알겠다. 생각해보니 몸에 좋고 나쁘고를 따질 나이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흔이 넘은 나인데 먹고 싶은 거 실컷 드시는 게 낫겠다 싶다. 

  커피 잔을 두 손으로 잡고 홀짝거리는 어머니. 다 마시면 그 자리에 다시 누워 하루를 보낼지라도 커피 향속에서 아침을 맞는 작은 여유 하나쯤 누리는 게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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