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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an 17. 2023

고여사 일기

침대 위의 스트레칭

  아이가 떼를 쓰듯 발을 동동 구른다. 앉은 채 무릎을 세워 두 발을 교대로 구르기도 하고, 오금에 팔을 넣어 양손을 깍지 끼고 두 발을 동시에 올리고 내린다. 매트리스에 발바닥이 닿을 때마다 반탄력으로 발이 통통거리며 오르내린다.


  걷지 못하는 친정어머니의 운동시간이다. 운동 종목을 살펴보면 팔 들어 오르내리기, 다리 들어 오르내리기, 주먹으로 팔 통통 두드리기, 주먹으로 다리 통통 두드리기가 전부다. 스스로 만든 구성으로 시간을 재어보면 오 분 남짓인데, 어머니는 자꾸만 삼십 분은 족히 된다고 우긴다. 그나마도 하지 않을까봐 굳이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운동이 끝나면 뜨거운 물을 받아 발을 씻기는데, 어머니는 세수부터, 손 씻기, 다리 씻기까지 겸한다. 물을 교체하려고 해도 손사래를 친다. 한 대야의 물로 충분하단다. 위생이니 뭐니 따져가며 어머니의 생각을 바꾸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랬다간 없던 일로 물릴 게 뻔하다. 늙을수록 완고해지는 고집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나 마찬가지다. 서양 할머니들도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라면 다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팔, 다리, 등을 쓸어준다. 살비듬이 눈처럼 떨어지는지라 로션에 바셀린을 섞어 바른다. 어머니의 피부엔 가뭄이 들었다. 뙤약볕에 갈라지는 논처럼 얇아진 피부는 쉴 새 없이 각질을 만든다. 목욕을 할 때 제대로 때밀이를 하지 못해 더 그런 듯하다. 조금만 힘을 줘서 밀면 금세 검붉은 피멍이 든다. 손을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피멍에 마음이 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머니는 연신 다리를 통통거린다. 속으로 셈을 하고 있다니 말도 걸지 못한다. 한 동작에 쉰 번, 세 세트를 한단다. 그러면 삼십 분은 족히 걸린다며 꽤나 힘에 부쳐한다. 삼십 분이 아니라고,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말을 다시 삼킨다. 틀린 말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내 성격의 단점이다. 그래도 참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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