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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Apr 06. 2023

고여사 일기

고여사, 기저귀를 차다(23.2.27)

  이른 아침, 남편과 아들을 고속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돌아서는 마음이 무겁다. 간을 절제하고 담낭을 제거한다고 했다. 게다가 이들을 이어주는 담관을 잘라내는 등의 큰 수술을 하러 떠나는 남편. 함께 가겠다는 말에 남편은 어머니들을 이유로 혼자 갈 테니 걱정을 말라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아들에게 부탁을 했었다.


  딸의 안색을 살피던 엄마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동변기 사용이 힘들다고 한다. 침대 끝까지 기어가 두 다리를 내린 다음 이동변기 팔걸이를 잡고 몸을 이동시키는 일이 이제는 힘에 겹단다. 낭패한 표정에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얽혔다. 이제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걸까. 남편 일로 무거웠던 마음에 추 하나가 더 얹힌다. 


   기저귀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팬티형으로 준비했다. 일반팬티 대신 입는 거니 마음 편히 가지라는 말을 덧붙이며 속옷을 갈아입혔다. 가만히 누워 천정을 보는 엄마의 눈빛은 공허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힘에 부쳐 변기까지 가지 못할 때는 너무 속 끓이지 말고 그냥 볼일 보라고, 성능이 좋아 흘러내리지는 않을 거라고 주절거리는 내 마음도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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