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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Apr 06. 2023

고여사 일기

관장(23.3.5)

  한 끼니에 밥 한 숟가락도 드시지 않는다. 성인 숟가락 하나면 하루 동안 먹는 양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반찬을 많이 드시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는 간식조차 잘 드시지 않는다. 아무리 설득하고 협박해도 요지부동이다. 식탐이 있는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먹지 않으니 소화기 전반에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한 이치다. 고질병 같던 변비가 더 심해졌다. 견디기가 힘들었던지 관장해 줄 것을 요구한다. 몇 번 권했지만 거부당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장약을 열 개나 사 두었다. 기저귀를 했으니 참을 만큼 참다가 그냥 일 보시라 했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힘겹게 이동변기로 옮겼다. 


  엄마는 이제 자율성이 침대 위에서나 약간 가능할 뿐이다. 점점 아기처럼 변해가지만 정작 아기가 될 수 없다. 고집도 그런 부분이지만 아무리 마르고 줄었지만 그래도 성인의 뼈대라서 그런지 신체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골다공증까지 있어 행여나 뼈에 문제가 생길까봐 더 조심해야 한다. 엄마는 점점 퇴화하고 있다.


  변을 보고서도 오래토록 변기에 앉아 있기를 원한다. 약효가 계속되는지 몇 번을 들여다봐도 일어나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옮겨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일으켜 세우고 옷을 갈무리하는데 긴 한숨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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