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주 Apr 07. 2023

고여사 일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23.3.10)

  방문을 열자 나도 모르게 “엄마”라고 소리치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침대 아래 방바닥에 이불로 둘둘 감은 엄마가 몸을 웅크려 누웠다. 봄 날씨는 공기는 훈훈하지만 바닥은 차갑다. 그래서 침대에 전기요를 깔고 생활을 한다. 냉골이나 마찬가지인 바닥에 뼈만 남은 엄마가 웅크리고 누웠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사정인즉 새벽에 변의를 느끼고 고민하다 어찌어찌 변기까지 옮겨 앉았는데 볼 일을 마친 다음 잠자리로 복귀가 어려웠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침대 위로 돌아가지 못하자 할 수 없이 바닥으로 기어 내려 이불을 끌어당겨 두르고 몸을 뉘였다. 춥다고 떨고 있는 엄마를 침대로 옮기고 언제부터였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방송 시간이 아닙니다.’할 때부터란다. 족히 서너 시간은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서는 매일 남편의 상태를 문자로 보내주는데 저녁마다 올라가는 체온 때문에 신경이 거슬린다. 수술은 잘 되었다는데 회복하는 과정이 피를 말린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데 어머니들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한 분은 아들을 찾아 울먹이고 또 한 분은 배설문제로 애를 태운다. 기저귀 값을 염두에 두고 교체하기를 꺼려하고 기저귀를 찼지만 큰 일 만큼은 따로 해결하려는 고집을 피운다. 그 문제는 단순한 고집이라기보다 엄마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것을 안다. 24시간 대기할 수 없는 딸의 형편을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당근 마켓을 뒤져 스툴을 검색했다. 침대를 내려오지 않고 이동변기와 이어지는 다리가 필요했다. 사이즈까지 확인하면서 스툴 하나를 구입했다.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는데, 파는 분이 사이즈를 잘못 재서 들어가지 않는다. 분명 사이즈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5센티나 차이난다. 2센티만 작아도 되는데, 밀어서 확보할 공간도 없고 스툴을 자를 수도 없다. 믿고 자를 준비하지 않은 나의 탓이다. 상대방의 부주의를 이유로 환불할 수도 있지만 오가는 비용이 더 들 것 같다. 급한 대로 협탁에 매트를 깔아 변기 앞에 두고 사용법을 설명했다. 사용에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매일 업로드 하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것을 한꺼번에 올리게 되었네요. 부지런하지 못한 제 탓인데도 다른 핑계를 찾습니다. 참고로 날짜를 소제목 뒤에 붙여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고여사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