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주 Apr 25. 2023

고여사의 일기

욕창예방(4. 25)

  엄마의 몸은 또 왼쪽으로 돌아졌다. 왼쪽 골반 뼈 아래가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한 지 벌써 두어 달이 넘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번갈아 돌아누우라는 주문은 매번 묵살되었다. 엄마는 좀 전까지 오른쪽으로 누웠었다는 말로 변명을 한다. 물론 거짓말이다. 


  새해가 되며 엄마의 수면시간이 부쩍 수면시간이 늘어났다. 한쪽으로 눕는 습관까지 생겼으니 걱정도 함께 는다. 엄마가 움직이지 않고 나의 수고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위험한 부분에 마사지를 하고 크림을 바르는 것은 임시방편이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의지다. 결국 엄마가 할 일이다. 볼 때마다 자세를 바꿔주지만 자리를 뜨면 원위치 된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마냥 엄마 옆을 지키고 있을 처지가 되지 않으니 한숨만 늘 뿐이다.


  속이 불편할 때 왼쪽으로 누우면 편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과식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해당된다. 의학적으로도 긍정적인 소견이 있다는데 엄마도 혹시 속이 불편한 것일까? 먹는 거라곤 하루에 밥 한 숟갈이 전부다. 게다가 속이 불편하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그저 습관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골반이 왼쪽으로 휜 것도 같다. 이유가 무엇이건 자꾸만 한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은 결국 욕창 걱정으로 이어진다.


  기저귀를 갈고 몸을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 멈칫, 엄마의 몸이 거부의 몸짓을 하더니 이내 힘을 뺀다. 듣지도 않는 잔소리를 하는 딸, 딸의 잔소리가 싫은 엄마는 잠시 상황만 모면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간혹 정답이 벽에 걸렸어도 자신의 생각이나 습관과 어긋나면 외면하게 된다. 굳이 뭔가 잘못되었을 거야 혹은 설마 무슨 일이 생길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합리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1티스푼의 밥알로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 누운 엄마. 설거지를 하고 돌아오니 머리는 오른쪽으로 돌아져 있으나 이불 아래의 몸은 다시 왼쪽으로 틀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고여사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