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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ul 06. 2023

최여사의 일기

새로운 갈등의 시작


  합가 후 처음으로 어머니는 아들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정기진료가 있어 병원에 다녀오는 사이에 사건이 시작되었다며 딸아이가 귀띔했다. 어머니는 며느리와 손녀가 제때 밥을 먹지 않는 것과 밤새 불 켜진 손녀의 방을 문제 삼았다. 


  나름대로 그럴 사정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 어머니는 그 모든 일들이 당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억지를 쓰며 신세한탄을 했단다. 딸아이는 밤에 일을 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잠든다. 거의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비만 단계에 접어든 며느리의 다이어트 식사(과일, 채소)는 밥이 아니므로 그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퉁퉁하니 보기 좋은데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느라 밥을 거르는지도 용납이 되지 않는 듯하다. 


  아들은 처음부터 잔소리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들먹였지만 어머니에게 통할 리 만무하다. 상대방의 이야기에는 관심 없고 자신들만의 주장만 펼치다보니 일그러진 감정들이 삼십 여분이나 오갔단다. 병원을 다녀오니 남편은 어느 저수지로 낚시 구경을 간다며 떠나버리고 어머니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고 누웠다. 애초에 예견된 상황이라 모른 척 했다. 끼어봐야 뾰족한 수도 없지 않은가. 


  어머니가 오시고 나서 남편은 부쩍 말수가 줄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딸아이 방문 앞에서 시위하듯 한참동안 쭈그리고 앉은 어머니, 컴퓨터 책상에 앉은 자신에게 꽂히는 어머니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할 것이다. 어머니가 하는 일과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도는 어머니의 눈빛은 해바라기다.


  식탁 사용이 편치 않다며 아들의 발밑에 밥그릇을 내려놓는 어머니는 따로 상을 차리는 일을 만류했다. 결국 명절에나 사용하는 밥상을 꺼내 식탁 옆에 두고 상을 차렸다. 반찬에는 수저가 가지 않고 오로지 밥과 국만 먹는 것도 아들의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밥을 늦게 먹기로 소문난 남편인데 요즘은 후루룩 말아먹듯 한다. 암수술 후 회복 중에 스트레스는 금물인데 혹시 덧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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