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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3. 2021

편입하면서 했던 고민들

동기부여 그리고 공정성

내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berkeley)에서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고 있을때 나에겐 친한 형들이 많았다. 내가 20대 초반, 아무것도 모를때 옳은 길로 가도록 인도해준 형들이다. 그중 한 형과는 밤길에 궁상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커뮤니티 컬리지에서의 수업이 끝나면 둘이 만나서 UC버클리로 향했다. 우리 학교에서 유씨 버클리까지는 걸어서 5분밖에 되지 않았기에 자주 갔었다. 왜 하필이면 거기서 산책을 했느냐고 되물어 보는 사람도 있다. 일단 학교가 크고 밤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산책하기에 적절했다. 하지만 거길 자주 갔었던 주요한 이유는 UC 버클리가 우리 둘의 드림스쿨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유학온 사람들에게는 대학교 그 자체가 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를 위해서 많은 돈을 쓰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대학교 하나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대학이 뭐라고. 하지만 그때는 나도 그 형도 고작 대학교 하나에 절실했다. UC 버클리의 밤길을 걸으면서, 천천히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우리가 이 대학을 갈 수 있을까?’


‘열심히 공부해서 이 캠퍼스의 학생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겠다.’


등의 말을 하면서 산책을 했었다. 정말 궁상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말들을 하면서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에 동기부여를 했었다.

uc 버클리 전경

나에게는 이런 동기부여들이 필요했었다. 그 당시 나는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있었다. 내 친구들은 지금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술마시고 열심히 친구들과 놀고있을텐데, 나는 홀로 미국에 와서 타국어로 된 원서를 읽으면서 공부를 하고, 대학교 같지도 않은, 오히려 재수학원에 더 가까운 대학교를 가서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동기를 부여했다. 그 동기가 바로 UC 버클리 였다. 인생을 살면서 실패만 경험해왔던 내가 성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명문대(내 기준에서) 에 가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명문대에 가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인생은 꽃길만 걸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지금 내가 고통을 받는 이유가 성립된다. 이십대 초반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지금 내가 이런 기회를 받아도 되는걸까?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 능력에 비해 너무 좋은 기회를 얻어버린 것 같아서 이런 배부른 소리도 했었다. 아니 미국에서 더이상 공부하기 싫어서 그랬던 걸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생각은 내 고등학교 동창이 나에게 한 말을 토대로 만들어 졌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갑작스럽게 미국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선언을 했다. 그랬더니 반응은 여러개로 나뉘었었다. 부러워 하는 사람들, 응원하는 사람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시기, 질투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와 나름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있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였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하니까 표정이 굳으면서 그런말을 했었다


“너희 집은 돈이 많아서 좋겠다?”


나에게는 미국 유학을 갈 자격이 있는건 자기인데 내가 그저 집에 돈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유학을 간다는 말로 들렸었다.


그 말을 듣고 계속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잘못을 한건가? 원래라면 걔가 나보다 공부를 잘하니까 미국 유학의 기회를 얻었어야 하는건 걔였어야만 하는건가? 마치 내가 그 당시 뉴스에 많이 나오던 그 사람의 딸과 다를바가 없다고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들을 버클리 형들에게도 털어 놓았었다. 대단한 대답을 한건 아니고 그냥 어쩔수 없단다. 그리고 걔네 몫까지 우리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되는거 아니냐 그런 말들을 했었다. 사실 우리가 뭐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번 돈을 정당하게 쓰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잘못은 하나도 없다. 내가 이런 말을 다른사람들에게 내뱉으면 배부르고 나태한 소리라고 나무랄 수도 있다. 버클리 형과 한 대화가 사실 별거 아니지만 나는 이런 얘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그리고 잡 생각들을 집어 치우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최선의 공부 비법은 그냥 내 주어진 상황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 그리고 그 형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결론을 빼먹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큰 축복이니 항상 매사에 감사하면서 살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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