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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04. 2021

미국에서는 뭐하면서 놀까?

미국에 살면서 한국이 그리웠던 점

미국에서 살면서 참 아쉬운 것들이 많았다. 필자는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다 좋았지만 놀거리가 부족한 게 아쉬웠다. 그때 나는 이십 대 초반, 노는 것이 좋고 몸도 팔팔하였기에 한창 많이 돌아다닐 때였다.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재밌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놀았었다. 하지만 한국은 밤늦게까지 얘기를 나누고 난 후 다른 것도 즐길게 많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놀거리 문화가 참 잘 되어있다. 술집은 늦게까지 하는 데가 많아서 2차, 3차까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보통 술집 포함 모든 식당이 밤 10시면 모두 닫는다. 내 기억상 아무리 늦게까지 해도 밤 11시 까지였던 것 같다. 미국은 치안이 좋지 않아서 밤늦게까지 놀지 못한다. 모든 식당은 밤에 다 닫고, 그 시각에 길거리도 위험하니 밖에서 놀지도 못한다.


한국은, 예를 들어 밤 10시쯤 강남역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네온사인으로 길거리가 밝고 사람들이 무진장 많다. 미국은 밤 10시면 모두 집으로 가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친구들과 얘기를 다 하지 못해 아쉬우면, 친구들 중에 혼자 자취하는 애 집에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셔야 한다. 미국은 그래서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보다 각자 집에서 모여서 파티를 열거나 술을 마시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것이 속 편하게 늦게까지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한두 번이지 친구들 만날 때마다 모여서 술만 마시면 지겹기 마련이다. 한국은 노래방, 피시방, 만화방 등등 술 마시는 것 말고도 놀거리가 많다. 한국은 또 코인 노래방이라고 짧게 노래를 부르고 갈 수 있도록 소비자의 편의에 맞춰서 만들어진 노래방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없다. 내가 살던 동내는 한국인이 그래도 조금 있었던 편이라 노래방은 있었다. 하지만 무지 비쌌다. 한 시간에 4만 원쯤 했던 걸로 기억난다. 그래서 노래방을 자주 가지는 못하고 친구들과 기분 낼 때나, 진짜 제대로 놀아보자! 할 때 많이 갔었다.


피시방도 물론 미국엔 없다. 엘에이 같이 대형 한인타운이 있는 곳엔 피시방이 몇 개 있지만 할 수 있는 게임은 몇 안된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한국 게임을 하려 하면 느리고 답답해서 결국엔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그래서 pc게임보다는 ps4나 엑스박스로 즐길 수 있는 콘솔게임을 더 많이 한다. 친구들을 자기 집에 불러서 게임도 같이 하면서 술도 마시는 것이다.


애초에 내가 미국인으로 태어났으면 미국이 놀거리가 많이 없어서 심심하다는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유흥거리가 많은 한국에 태어나, 자라와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놀게 엄청 없어 보이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은 주변에 놀러 갈 곳이 많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웬만한 도시가 모두 관광지이다. 그래서 더더욱 한국인 친구들과 여행을 자주 갔었던 것 같다.



미국이 놀게 없어서 (혹은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뭘 하면 친구들끼리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바로 운동이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한국에 있었을 때 운동을 아예 안 하던 사람이었지만 미국에 와서 자주 집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집 앞에 볼링장이 있어서 볼링도 자주 쳤었고, 집 앞에 고등학교도 있었어서 축구,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등 많은 스포츠를 경험하고 즐겼다.


정말 할 게 없었던 탓인지 헬스도 시작하게 되었다. 형들 따라서 헬스장을 가서 깨작깨작 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얼떨결에 글을 쓰다 보니까 미국에서는 참으로 건강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녔다면 어떻게 됐을까? 맨날 술만 마시고 피시방만 많이 다니다가 운동은 평생 안 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심심한 미국에서 살았어서 다행이라는 느낌도 든다.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이 그리웠던 순간은 여러 번 있었지만 특히 밤에 친구들과 놀 때면 한국이 무척 그리웠다. 항상 밤에 새벽까지 못 놀고 헤어질 때면 술집이 늦게까지 여는 한국이 좋지.. 하고 입버릇 처엄 중얼거리고 헤어지곤 했다. 밤에 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공원을 걷는 것도 미국은 안된다. 오히려 강도들의 표적이 될 뿐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기에 밤에 서울의 한강공원에서 야경과 강을 보면서 걸었던 때가 무척 그리웠었다. 밤에 친구들과 돗자리를 펴고 치맥을 배달시켜서 먹고, 달빛 아래에서 야경을 보면서 걷는, 그런 한국인의 일상이 무척 자유로워 보였다. 나는 자유의 나라 미국으로 유학을 왔지만 오히려 한국의 자유로움을 동경해버리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애초에 미국은 강가도 별로 없을뿐더러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공원도 많이 없다. 미국은 자연환경을 되도록 개발을 안 하고 그대로 보존하자 라는 주의여서 시민공원이 거의 없다. 나는 그런 점이 참 아쉬웠다. 물론 시민공원이 있어도 밤에는 잘 놀지 못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미국에서의 생활도 다 장단점이 있다. 나는 미국에서 살 때, 미국은 너무 살기 안 좋은 곳이라고 욕하면서 살았는데,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까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있고 미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한국의 삶이 그립지만 한국에서 살다 보면 또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 나중에라도 다시 미국에 가서 꼭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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