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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27. 2021

어른이란 무엇일까?

내가 커가면서 느낀 점

올해도 벌써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나이가 더욱 먹어감을 느낀다. 올해가 지나면 벌써 27살이다. 이십 대 후반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십 대 후반이 되기 전에 재밌는 추억을 쌓고 싶지만 야속하게도 나는 지금 군대에 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이십 대 후반이 되기 전에 느낀걸 글로 쓰고자 한다.


내가 이 나이를 먹기까지 어른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느 부분에 있어선 어른스럽다, 어느 부분은 어른스럽지 않다 등등 내가 진정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확히 ‘어른’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혹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느껴온 어른스러움이란 조금 다르다. 사회가 나에게 바라는 어른에는 요구조건이 많다. 점잖고, 인내심이 많고, 참을성이 많고, 양보를 할 줄 알고, 사려 깊고, 속이 깊고, 자신의 미래를 그릴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어른’ 스럽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장난기 많고 까불거리는 사람은 어른답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른 같지 않다고 한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까불거리는 성격도 아니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잘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무뚝뚝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만들어진 성격이다. 원래 친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장난기 많고 밝은 성격이다. 나도 모르게 단체로 있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 내 감정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군대에 와서 이런 것이 더 심해졌다. 나는 25살에 입대를 했다. 평균 입대 연령보다는 다소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른스러움’이다. 군대는 사회의 축약판이다. 내가 까불거리거나 힘듦을 다른 사람들에게 토로할 때 (소위 속된 말로 징징댈 때) 나잇값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반면 내가 부당한 일이나 짜증 나는 일을 당했을 때 화를 내지 않고 감정 조절을 잘한다면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을 들으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나에게 이런 것을 기대하고 있구나’ 하면서 앞으로의 행실을 조심하게 된다. 결국 내 감정을 죽이면서 무뚝뚝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왜 사회가 이렇게 삭막하게 변하게 되었을까? 군대던, 회사던, 어느 단체생활이던 사회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순종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한 단체가 수직적으로 되어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내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관이나 책임자가 밑에 있는 사람에게 지시를 하면 그 지시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이쁨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나이가 들 수록 화를 자제해야 하고, 슬퍼하지 말아야 하고, 반항적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들을 보고 ‘어른’이라고 부른다.


물론 사람들이 커가면서 자기 내면의 화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면서 살고 있다. 친구나 지인들에게 자신의 힘듦을 쉽사리 토로하지도 못하겠고, 멋대로 화내거나 울어버리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할까 봐 위축되어있다. 나는 어른이라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다. 이것이 맞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언행,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에 책임을 가질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사회가 원하는 이상향에 성격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라는 의견에는 더 이상 동의하지 못하겠다. 우리 모두 즐겁게, 자신의 감정들을 자유로이 표현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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