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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08. 2022

미국 학교의 기숙사

미국 학교의 기숙사

UCLA로 편입 온 나는 기숙사에 한번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예전까지는 기숙사에 살아보는 것이 탐탁치 않았는데, 왜냐하면 나는 나의 사생활을 중요시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쭉 나는 개인적인 방이 있어야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성적인 편이라 룸메이트들과 친해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만약 한번 틀어지기라도 하면 거의 1년동안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게 싫었다.


이번에 내가 기숙사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살면서 한번쯤은 기숙사 생활을 해보고싶었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나의 영어 실력을 더 늘리고 싶었다. 사실 새로운 집을 구하기 귀찮았던 점도 있었다. 이 모든 이유들이 한데모여 나를 기숙사로 이끌었다.


우리학교의 기숙사촌은 굉장히 넓었다. 확실히 외국인 학생이 많으니 그들을 배려한 티가 났다.

기숙사 전경

건물만 해도 스무개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숙사 지리나 건물 이름들을 외우는 것도 벅찼다.


내가 배정받은 기숙사 건물은 편입생들을 위한 건물이었다. 모두가 편입생들이었다. 나는 한 방에 세명이서 사는 트리플에 배정받았고, 한 방에는 2층침대 두개가 있었다. 나는 룸메이트들 중에 제일 늦게와서 어쩔수 없이 2층에서 자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층 침대는 너무 불편했다. 특히 밤에 화장실 갈때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이었기에 복도 중앙에 있었다. 그래서 밤 중에 화장실만 갔다와도 잠이 깰 정도였다.


우리 기숙사는 따로 통금이라던가 그런게 없었다. 그냥 오고싶을때 아무때나, 밤 늦게 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밤 10시 이후에는 학생증을 하나하나 다 검사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물론 기숙사의 모든 시설은 출입할때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그럴경우, 우리 학교 학생이 자신의 친구들을 데려올 수가 있다. 하지만 밤에는 학생증을 육안으로 하나하나 다 검사하기 때문에 자신의 친구들이나 연인을 데리고 올 수가 없다.


내 룸메이트들은 다행히 모두 착했다. 한명은 우리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이었고, 다른 한명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온 멕시코인 이었다. 우리는 각자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었으나 서로 잘 조율했기에,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우리 기숙사는 방 안에서의 흡연과 음주를 금지했다. 방 안에서 흡연을 할 시에 바로 화재경보기가 울려 몰래 할 수도 없었고, 음주는 RA(Resident Assistant)한테 걸리면 바로 퇴출이었다. 참고로 RA는 기숙사생들의 리더격으로 한 층을 감독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방 안에서 몰래몰래 술파티를 벌였었다.


여기는 건물별로 남자가 사는곳, 여자가 사는곳을 나누지 않았다. 한 건물에 여자와 남자가 같이 살았다. 그렇다고 층별로 남자와 여자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냥 한 층에 남자와 여자가 살았다. 다만 방만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뉘었을 뿐이었다. 한국 대학교는, 내가 많이 가본 편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건물별로 남자와 여자가 사는곳이 나뉘어져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미국이 성에 대해 한국에 비해서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숙사는 사람들이 단체로 사는 곳이다. 그래서 기숙사 특성상 파티가 굉장히 자주 벌어졌었다. 우리 층 인원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기도 하고, 다른 층 인원들도 불러서 할 때도 있었다. 보통 이런 파티들은 RA들이 주도했다. 이렇게 친해지고 나면, 나중에는 시험이 끝날때마다 파티를 벌이곤 했다. 다만 그 빈도가 잦아지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었다. 예를들어, 내가 전날 밤을 샌 상태로 시험을 보고 들어왔는데, 우리 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여러명이서 파티를 하고있으면 짜증이 났다. 나는 피곤해서 빨리 자고싶은데 친구들이 나를 놔주질 않았다. 어쨋든 그런 경우 말고는 파티들은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기숙사 비용은 한달에 평균적으로 1,400불이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56만원이다. 세명이서 좁은 방에 부대끼며 사는데 1400불이면 꽤 비싼값이었다. 대신 헬스장 등 여러 편의시설 값이 포함돼 있고, 학식비도 포함되어 있으니 저렇게 비싼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외국인 학생을 너무 지갑취급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학교를 항상 걸어다닐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고, 인맥도 많이 사귈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데, 그만큼 딸려오는 단점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내 개인 사생활이 없는 부분이 힘들었다. 사람들과 같이 살면, 외롭지 않고 재밌다는 장점이 있지만 혼자 있고 싶을때 혼자 못있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 이다. 기숙사 생활을 거의 9개월간 해본 결과 분명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많은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한번으로 족하다.

나중에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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