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와 CC의 차이
이곳 UCLA에서 한학기를 해본 결과 둘의 차이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단 확실하게 차이나는것은 공부량이다.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면서 uc는 cc보다 공부할게 많다는걸 귀딱지나게 들어온 나는 직접 와서 공부해보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사회학 전공으로 과 특성상 읽을일이나 쓸일이 많았다.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사회학 수업을 들을때 읽을게 그닥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 시험을 봐도 수업한 내용 범위내에서 거의 그대로 나오지 그 외의 것들을 공부해야하는 일은 잘 없었다. 하지만 uc는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것,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얘기한것을 토대로 전부 나온다. 그러므로 읽기 과제가 나오면 정말 그 자료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다.
UC는 수업을 한번 할때마다 거의 60~100장 분량을 짚고 넘어간다. 보통 한학기에(우리 학교의 한학기는 11주였다) 3개의 수업을 신청하고, 일주일에 두번씩 들으니 일주일에 6번의 메인수업이 있다. 그렇게 치면 일주일에 읽을 과제가 정말 적은 분량이 아니다. cc는 고작 해봐야 10장에서 20장 안팎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uc에서 이정도 분량을 매 수업마다 읽기 귀찮아서 가끔 안읽고 갈때가 있는데, 그러면 수업도 이해 안갈뿐더러 나중에 쌓이면 골치 아파진다. 그 많은 양을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내주는 읽기 과제도 많지만, 우리가 찾아야 하는 읽을것도 많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우리가 에세이 하나를 쓸때 정말 많은 논문을 참조해야 하는데, 에세이를 쓰는 양이 uc와 cc와 다르다. 내가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닐때, 보통 에세이의 분량(중간이나, 기말 기준)은 3장에서 4장이었다. 세내장이면 3~4일 안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uc는 8장에서 10장이다. cc와 비교해서 거의 두배넘게 차이가 난다. 그리고 uc는 cc보다 좀 더 전문적인 참조문헌을 강조하기 때문에 찾고 읽는데 시간이 더욱 많이 걸린다. 그렇게 수많은 논문이나 책을 찾아서 읽다보면 어느새 수업 과제로 내준 읽기 과제 분량과 비슷하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UC는 CC와 공부하는 방식, 시험보는 방식도 틀리다. 솔직히 CC는 수업에서 필기한 내용 토대로 그대로 외우면 어느정도 점수가 나왔었다. 물론 수업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그것은 어딜가나 그래야 한다. uc는 그냥 외우는것으로 안된다. 정확히 내가 그 과목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즉 uc는 외우는것도 외우는거지만,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 목적, 결과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 A를 받을 수 없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uc에서는 에세이 형식의 시험이 많이 나온다. cc에서는 객관식, 단답형, 주관식으로 이루어진 시험이 나왔었다. 하지만 uc는 시험용 공책에 4~5장 분량의 에세이를 그 자리에서 손으로 써야한다. 주제를 몇개 던져주면, 내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는 것인데, 특정한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 심도있게 이해하려면, 읽기 과제를 전부 읽고, 외우는 것 뿐만 아니라 원인, 목적, 결과, 시대 배경까지 전부 연결해서 서술할줄 알아야 한다.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공부하다가 university of california로 편입하면 갑자기 레벨이 달라져서 당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도 그 중에 하나였다. 무작정 앞뒤 생각 안하고 외우다가 망친 시험도 꽤 있다. 하지만 그 주제의 본질에 대해서 천천히 고민하면서 공부하다보면, 더 잘 외워지고 가끔은 재밌을 때도 있다. 여기 와서 나는 한단계 더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