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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Mar 25. 2020

19일 차, 빨강

줌(ZOOM) 매뉴얼 2.0 포함

플랜 B는 항상 필요하다.

초심을 잃으면 위기가 온다. 오늘은 위기를 맞아서 빨강이다.


이번 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동영상 강의, 온라인 라이브 강의 등이

수백 개의 랜선을 타고 파도친다.


본격적인 온라인 강의 2주 차가 시작되면서 1주 차의 문제는 다 해결된 것 같지만

버그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것처럼 어제 되던 것이 오늘은 안된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동영상 코덱 문제와 출결 오류다.

해결방법은 있으나 예산과 인력이 들어간다.

모든 교수님들이 자신의 강의 영상을 제대로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추가 인력 5명을 투입하여 동영상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상도 찍어주고

맞는 포맷으로 변환도 해주는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행히 학교 전체를 보면 그럭저럭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오늘의 문제는 나였다.


이번 주부터는 라이브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실습을 시작했다.

오늘은 기초 동영상 제작 강의였는데...

여러 가지 회의에 밀려 시작 5분 전에 세팅에 들어갔다.

당연히 잘 될 거라 믿었던 마이크에서 에러가 났다.

학생들은 들어와 있는데 마이크가 안 나온다.

웹캠에도 있고, 지향성 마이크도 꽂았고, 헤드셋에도 마이크가 달려있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안된다.

순간 당황하고, 시간은 흐르고...


플랜 B를 생각했다.
컴퓨터를 바꿀까 하다가 가지고 다니는 맥북이 생각났다.


옆에다 맥북을 켜고 호스트가 아닌 게스트로 참여했다.

다행히 맥북은 내장 마이크로 바로 잡아준다.

실습은 데탑으로, 강의 음성은 맥북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강의는 무사히 끝났다.  휴~


2시간 라이브 강의가 끝나자 진이 다 빠졌다.

안도감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왔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에는 항상 플랜 B가 필요하다.

18여 년 전 제주도와 화상 교류 수업을 할 때, 2명 발표가 끝나고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면서 수업이 멈춘 사건이 생각났다.

나는 다행히 개인 수업이었지만 상대 선생님은 교육청 공개수업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 선생님과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ㅜㅜ

전날 아이들 발표 연습 동영상이라도 찍어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다행히 PPT는 교환해서 그걸로 적당히 마무리하셨기를 기대할 뿐이다.


오늘 강의가 끝나고 다시 복기하면서 다짐한다.

온라인 수업의 세팅은 무조건 15분 전에 마치기!

학생들의 상호작용은 최소 하루 전까지는 계획하기!

강의자료는 미리 세팅해 두기!

그리고, 플랜 B는 항상 준비해 두기!

마지막으로 초심을 잃지 않기!

나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자만을 버려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 능숙하다는 자만을 버리고, 항상 준비하는 자세를 잃지 말자.

최소한 내 수업에서는 '데모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자.


강의가 끝난 후, 어려워하는 몇몇 학생들을 위해 추가로 더 알려주기도 하고, 원격으로 클래스룸 가입과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번에 줌을 본격적으로 사용해 보는데 소그룹 토론이나 원격 지원 등 유용한 기능이 많다.

여러 기능을 발견한 김에 교수님들께도 업그레이드된 매뉴얼을 작성해서 배부했다.


오늘은 위기와 성찰의 빨강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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