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환 Mar 20. 2020

14일 차, 오늘은 갈색

줌( ZOOM) 연수 이후

폭풍 같은 한주가 지났다.

오늘은 조금 지친다.


작년에 받아둔 구글 지스윗 계정 덕분에 교수님들 라이브 수업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라이브 수업만 3번 연수했다.


지난주 줌(ZOOM) 학교 메일로 40분 계정이 풀리는 걸 확인하는 순간,

이 기쁜 소식을 교수님들께 알려드려야겠다 생각했다.


이제 구글 미트에 적응하셨는데, 다시 줌으로 이동하시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조심스럽게 교수님들 단톡 방에 줌 연수를 원하시느냐고 글을 올렸다.


이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줌을 알고 계셨다.

아마도 여기저기서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으신 것 같다.

그냥 몇 분만 알려드리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일이 커진다.


당일은 학교의 중요한 평가 때문에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먼저 나왔다.

헐레벌떡 집에 도착해서 아내가 챙겨준 밥을 먹고 세팅에 들어갔다.


아들아, 아빠의 세팅을 도와라!

아들이 뒤쪽 막을 치고 카메라를 설치하고 도와주었다. 이젠 제법 1인 미디어실 같다.

10분 전에 세팅을 마치고 준비를 마쳤다.

8분 전에 주소를 날리자 앞다퉈 교수님들께서 들어오신다.

30여 분이 넘는 분들이 들어오시고, 학교 이메일 세팅부터 줌 가입, 학교 계정으로 업그레이드하기, 구글 드라이브로 자료 공유하는 법 등을 설명드렸다.

8시에 시작한 연수가 9시를 넘기고, 마지막에 학교 메일로 활성화 메시지가 오지 않은 분들까지 대책을 마련해 드리니 9시 30분이 넘었다.


세팅을 해제하고, 녹화한 영상을 공유해 드리려고 살펴보니, 

아이고... 말이 빠르고, 계속 반복하고, 이대로 올리기에는 너무 창피하다...

급하게 프리미어를 연다.

앞쪽 부분을 자르고, 붙이고 기본 편집을 했다.


문제는 줌으로 이어진 다음부터다.

줌으로 녹화 뜬 부분이 화질이 깨지고, 이상하다.

12시 넘어까지 줌 사용법 부분을 만지다가 포기했다.

동영상 편집을 배울 때 진리가 떠올랐다.


원판 불편의 법칙
좋은 영상을 만들려면 좋은 소스를 찍어라!

   


아무리 만지고 만져도 소스가 형편없으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일단 내일 아침에 다시 찍어 보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금요일 아침, 눈이 번쩍 떠진다.

요즘은 아침에 여러 가지 고민으로 늦잠을 자지 못한다.

일찍 일어난 김에 어젯밤 완성하지 못한 부분 줌 사용법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세팅을 해본다.

캡처 프로그램으로 하다 보니, 마이크가 매끄럽지 않다. 화면이랑 다시 찍어보다가 다시 포기.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설명이 잘된 게 너무 많다.

근데 우리 학교에 딱 맞는 설명은 없어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문서 매뉴얼로 만들기로 했다.


데탑에서 방을 만들고,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3명 회의 상황을 만들었다.

화면에는 모두 Soohwan Kim으로 뜬다.

김수환이 3명이다. ㅎㅎㅎ

단계별로 캡처를 떠서 매뉴얼을 만들었다.


10시쯤 되었는데, 헬프 데스크와 전산실에서 연락이 온다.


"어제 줌 사용법 연수하셨어요?"
"어떻게 승인받냐고 연락이 와요!"


이런...

그렇게 말씀드렸건만 매뉴얼을 만들어 드린다고 했건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

나 때문에 학교는 영문도 모른 체 폭탄을 맞았다.


급하게 만든 매뉴얼을 배부해 드렸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오타도 있고, 내용도 아쉽다.


오전 내내 줌 세팅이 안되신 분들이 연락이 온다.

은퇴하신 명예 교수님은 전화로 연락 오셨는데 상황 파악이 안돼서 카카오 페이스톡으로 화면을 보여달라고 말씀드렸다.

줌(ZOOM)은 비밀번호 세팅에 어렵게도 첫 글자를 대문자로 요구한다.

거기서 막히셨다. 페이스톡으로 세팅을 도와드리니 얼마 후에 라이브 주소를 생성해서 LMS에 올리셨다는 메시지가 온다. 다행이다.


'문득 7월 이후에는 어떻게 하지? 줌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하나?' 

고민이 든다.

기술은 항상 양면성을 가진다.

사용할 때는 편리하고 좋지만, 이면에는 나의 데이터의 유출, 지속가능성 등의 위험도 존재한다.

급한 마음에 줌도 선택했지만, 장기화될 경우 대책이 필요하다.

커넥트의 edwith(https://www.edwith.org/)도 눈에 들어온다.

총신처럼 소규모 대학은 이런 시스템 구축이 부담스럽다.

어느 도구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타 대학의 후배도 연락이 온다.

자기 대학도 구축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온다.

미트와 줌의 차이와 장단점을 설명해 주었다.

방향은 알겠는데, 정답은 모르겠다.


포기하지 않겠다.

총신 구성원이 모두 참다운 디지털 시민이 되도록 만들어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작가의 이전글 12일 차, 아직은 녹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