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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Mar 18. 2020

12일 차, 아직은 녹색

벌써 12일이 지나고 있다.

한차례 쓰나미는 지나가는 듯하다.

교수님들도 어느 정도 적응해 가시고, 학생들도 점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오늘의 이슈는 '과제 기간 설정'과 여전히 교수님들에게는 어려운 '코덱 오류'다.

과제 기간 설정은 의외로 간단한 문제다.

원래 동영상을 올리거나 과제만 제출하시면 되는데,

설정에 이것저것 있다 보니 꼭 해야 하는 줄 아시고 날짜를 변경하고, 리뷰에 체크를 안 하고 해서 생기는 오류다.

보통 이런 것은 시스템 오류라기보다는 사용자들이 시스템의 기능이나 인터페이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보통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하지?'
'누가 봐도 명확하잖아!'

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은 

'이게 A인지, B인지 헷갈리는데?'

라는 반응을 보인다.


나도 버튼에 '정답 확인' 이냐 '정답 제출'로 표기하느냐를 가지고 한참 실랑이한 적이 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정답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답을 제출하는 거다.

그리고, 기능에서 정답을 제출하는 것만 되는 것인지, 정답을 제출하면서 바로 채점이 되어서 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에 따라서도 의미 전달이 달라진다.


컴퓨터 과학에서는 이런 분야를 UX/UI라고 하며, 소프트웨어 공학이나 HCI, 인지심리까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메타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된다.

개발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쉽게 이해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때 개발자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필드에서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개발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에서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기존의 시스템을 총신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만 해도 힘든 것이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와 기능에 대한 요구조사를 실시할 겨를이 없었다.

사실 이 정도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마침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업체가 LMS를 개발해둔 것이 있었고, 지스윗 계정도 내가 작년에 미리 받아 두었다. 다행히도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이번 일을 통해서 개발한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이나 모두 배움과 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개발자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용자 요구와 반응을 통해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하고 사용성을 높일 수 있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기능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오늘 어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김 교수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시는군요. 우린 정말 그게 어려운가 봐요!"
"예, 교수님, 저도 매번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배우느라 힘듭니다. 힘내세요~"


교수님들께 위로가 되시라고 저렇게 답했지만 나는 매번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배우지 않는다. 단순한 기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비판적 사고+컴퓨팅 사고를 시작한다.


바라건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총신의 모든 구성원들이 '디지털 리터러시'가 향상되면 좋겠다... 는 표면적 목표이다. 

좀 더 근본적인 바람은 이 과정을 통해서 문제가 생기면 공동체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개개인의 스스로 배움의 자세로 문제 해결 과정에 동참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극복과정을 체험하고 나면 공동체가 성장할 것이다. 

마지막 바람은 총신 구성원들이 컴퓨팅 사고력을 조금이나마 경험하는 것이다. 컴퓨팅의 원리를 이해하면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의 세세한 부분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오류가 생기면 수정하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오늘 정도만 되어도 버틸만하다.

마지막 일정은 학부에서 연수했던 온라인 라이브 강의(구글 미트, 줌 사용법) 방법을 신학대학원 교수님들께 알려드리는 일이다. 신대원은 교수님들이 연령대가 높기도 하지만 학생들도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교수님들의 역량도 걱정이지만, 학생들이 잘 참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신대원에서의 이슈는 구글 미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자면 계정 없이도 들어올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고, 그럴 경우 교수자가 일일이 승인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하나다.


1500여 명 신대원생들에게 모두 구글 지스윗 계정을 발급하는 것이다.


아...


'신청은 어떻게 받지? 그룹을 나누어야 하나? 한번에 csv 등록이 가능한가?'


이번 주에 닥친 마지막 고비다.

계정 신청과 발급이 잘 마무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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