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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Apr 03. 2020

28일 차, 코발트블루

기술에서 본질로

# 0020C2

코발트블루 코드이다.

코발트블루는 살짝 어두운 파란색이다.

지금 상황이다. 어느 정도 낙관적인 상황이 되었지만 아직 완전한 파랑이 아니다.


교육부가 초중고에 단계적인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면서 총신대도 원격 수업을 3주 연장했다.

이 상황이 4월 말까지 간다는 얘기다.

벌써 1달이 다 되어간다.

일부 대학에서는 1학기 통으로 온라인 강의를 결정하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격 결정했다.

스탠퍼드 대학도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적극 공감하고 지지한다.

총신도 그렇게 결정하면 좋겠다.


원격 3주 연장과 더불어 몇 가지 굵직한 결정들이 있었다.

지난 3주 동안 비상체제로 운영하던 헬프데스크의 인원을 30여 명에서 10명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시스템의 문제는 어느 정도 패턴화 되었고,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

1단계가 수업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구성하는데 집중했다면 2단계는 콘텐츠와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단계 목표에 따라 콘텐츠 질을 높이고자 하는 교수님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업환경과 비슷하게 영상도 제작해 드리고, 편집도 도와드리기로 했다.


나는 3:7로 동영상:라이브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로 하는 실습이 있어서 라이브가 필수적이다.

오늘 컴퓨터 실기를 라이브로 진행한다고 했더니, 같이 점심 식사를 하던 직원분이 놀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보통 25-30명 정도가 들어오는데, 이때 개별 실습할 시간을 주고 뒤쳐지는 학생을 개인 지도하는 시간을 가지지만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원래 온라인 라이브는 지식 전달이나 토의, 토론 수업만 가능한 거 아니에요?"
"온라인 라이브에서도 컴퓨터 실습이 가능해요. 대신 수업의 흐름을 잘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설계를 잘해야 해요."


줌에서는 원격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개별 연습시간을 주고 그때를 이용해서 뒤쳐지는 학생들을 개별 지도해 준다. 문제는 그렇게 지도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머지 공부처럼 수업시간이 끝나고 추가로 지도하기로 했다.

매시간 몇몇의 학생들이 남아서 개별 지도를 받는다.


라이브 수업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프라인 수업의 2-3배는 힘들다. 

게다가 수업 시간을 넘어서까지 개별지도를 하기 때문에 5시간 수업을 하는 목요일에는 거의 녹초가 된다.

그래도 이 정도 환경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멀티미디어와 컴퓨팅 사고력 수업의 상반기에는 베가스를 배우는데, 학교 컴퓨터실에는 라이선스를 구입해서 설치되어 있지만 학생들 개별 컴에는 깔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트라이얼 버전으로 수업한다.

4월 말까지 30일이 만료된다. 4월 말에 오프 수업이 가능해지면 다행이지만, 4월이 넘어가게 되면 대책이 막막하다.

멀티컴 기초 수업에서는 다음 주부터 포토샵 수업을 해야 하는데, 포토샵은 시험판이 7일만 유지된다. 5-6년 전에 다루었던 오픈소스 '김프'를 다시 검색해 본다. 여러 툴을 둘러보다가 일단 픽슬러(Photo editor)로 마음을 굳혔다.

결국 실습 예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ㅠㅠ


작년에 비하면 올해 수업 준비를 2-3배 이상 하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외부의 충격이 교육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그동안 익숙했던 예제를 다시 돌아보고, 예상된 학생들의 활동과 반응을 온라인 환경으로 다시 대입해 보고,

예측 가능한 실습시간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마치 초등교사 시절 공개수업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그래, 원래 수업이란 이렇게 준비해야 하는 거지!

매 시간 수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학생들의 활동을 예측해 보고, 목표와 연계된 핵심적인 질문과 활동을 고심해서 설계하고, 적용한 후, 다시 성찰해 보고, 다시 수업을 설계하고...

교육자의 열정이 다시 샘솟는다.


몇 분 교수님들도 온라인 상황에서 활발한 상호작용에 도전하고 문의하신다.

줌의 소회의실도 활용해 보시고, 온라인 자료나 유튜브 자료 공유 방법도 문의하시고, 피피티에 판서하거나 화이트보드에서 마우스가 아닌 제대로 된 글씨를 쓰고 싶다는 의견도 말씀하신다.

집에 잠자던 몇 년된 소형 태블릿을 꺼냈다.

신학과 교수님께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대여해 드리기로 했다.


이제 다음 단계 연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단계 연수는 

온라인 환경에서 학생들과의 활발한 참여와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해야겠다.


아직도 간간이 과제를 어디에 제시해야 하는지, 줌 녹화는 어떻게 하는지 문의해 오시는 분이 계신다.

오늘도 줌을 가입하려고 하는데 비밀번호 설정에서 넘어가지 않는다는 문의를 2번이나 받았다.

줌(ZOOM)은 재미있게도 


비밀번호 첫 글자가 영어 대문자가 아니면 안 된다.


에러 메시지를 살펴보시면 되는데, 이런 경험이 부족한 분들은 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신다. 

처음 문의를 받았을 때 나도 생각지도 못한 변수여서 원인을 찾지 못했다. 

화면을 찍어서 보여달라고 했더니, 메시지에 떡하니 첫 글자 영어 대문자 에러가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의외로 이 문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분들이 몇 분 계셨다.

어차피 기초적인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기초적인 문제만 대응하다가 이 시기를 놓칠 수 없다.


어차피 총신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면 이 기회를 살려서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교육의 질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발트블루를 스카이 블루로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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