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가 나왔다. 자가면역 질환에서 약한 양성이 보인다고 했다. 양성이면 양성이지 약한 양성은 뭐야? 어쨌든 의사 선생님은 자가면역 질환을 의심하여 정밀검사를 했다. 피를 또 뽑았다는 소리다. 정밀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단다. 다시 나는 기다렸다.
전에 허벅지 근육에서 양성 종양을 떼어낸 적이 있다. 양성 종양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떼어낸 종양을 조직 검사에 맡겼었기 때문이다. 결과를 듣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내 생애 가장 피 말리는 일주일이었다. 이게 설마 악성 종양이면 어쩌지? 그러한 공포가 밀물 내지는 파도처럼 몇 번이나 나를 덮쳤다.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이 그때와 비슷했다. 차이점은, 이번엔 양성이 없다는 것. 아무런 자가면역 질환도 발견되지 않으면 섬유근육통이다. 만일 자가면역 질환이 발견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결과적으로 정밀검사에서는 전부 음성이 떴다. 수많은 검사에서 모두 정상을 기록한 몸이, 이젠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말도 안 되게 아팠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섬유근육통 진단을 내렸다. 진통제와 에나폰정을 처방받고 나오는 길에 생각했다. 먼 길을 돌아 돌아 결국 병명은 섬유근육통. 나는 죽는 날까지 죽도록 아프겠구나. 내가 검색하며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처럼, 다양하고 끈질기게 오래오래.
병원에 오가기 힘들 만큼 상태가 나빴다. 통증도 통증이고 배뇨 장애가 불편했다. 과민성 방광에 쓰는 베타미가정을 복용하는 중이었지만, 증상이 사라지진 않았다. 배뇨 곤란과 빈뇨와 야간뇨 세 가지 증상이 대표적이었는데, 셋 다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줬다. 자주 화장실에 가는데(빈뇨) 안 나오고(배뇨 곤란) 밤이면 더 심해진다(야간뇨).
괜히 인간을 더러 먹고 자고 싸는 존재라고 표현하는 게 아니다. 저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을 경우, 삶의 질은 개박살 난다.
에나폰정은 아미트립틸린 성분의 항우울제인데, 야뇨증에도 쓰인다. 야뇨증은 밤에 오줌을 지리는 병이다. 야간뇨 하고 혼동할 수 있지만 다르다. 야간뇨는 밤에 오줌이 마려워서 '자다가 깨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병이고, 야뇨증은 '잠을 자다가 배뇨 실수를 하는' 병이다. 나의 경우 수면제를 먹고서도 빈뇨 때문에 잠을 못 잤다. 방광을 비우고 다음 요의가 찾아오기 전까지, 찰나의 순간 동안 잠들어야 했다.
이런 나에게 야뇨증 약을 먹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빨리 싸고 자야 하는데, 이 친절한 파란색 알갱이가, 내가 오줌을 지릴까 봐 친히 오줌 구멍을 막아준다(느낌이 그렇다는 것). 그러면 나는 변기에서 졸면서 한 방울이라도 소변을 보려고 애쓴다(요의가 해결되어야 잠이 오니까).
많은 섬유근육통 환자가 과민성 방광을 동반한다. 과민성 방광은 나에게 아주 모멸적인 질환이었다. 반복하는데, 농담이 아니다. 오직 그것 때문에 죽으려고 한 날도 있었다. 고작 오줌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