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적 슬로 침입일기_ 내가 소설을 적게 된 계기
어떤 공기의 그림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방 안에 들어와 바로 앞에 서서 누워 있는 나를 바라본다. 눈을 감고 있는 나는, 그 시선에 움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프롬프트라도 미리 써둔 걸까. 하루를 보낸 뇌가 공식이라도 적어놓은 걸까. 나는 눈을 감고 시선을 굴린다. 주체도 없이 흘러나오는 장면들을 따라간다.
나도 모르는 이미지가 내 눈 속을 구르며 다가와 나를 덮친다.
어떤 날은 놀라 고개를 흔들며 도망치려 하고, 어떤 날은 그 화면 속으로 더 깊이, 조금 더 가까이 빠져들기도 한다. 실제의 시선은 닫혀있지만- 감각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광기라 부를 수 있는 것 같은 무언가가 갑작스레 침입할 때, 나의 뇌는 그 틈으로 상상을 만끽한다.
아마도 나는 ‘말’이나 ‘글’보다는 ‘감각’에 더 가까운 존재일지 모른다. 화면들은 입력된다. 글자는 정리되지 못한 채 곳곳에 흩어지고, 표현은 때때로 흐릿하다. 그럼에도 단 하나의 장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존재- 글을 멈춰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이 외로움.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이 고독을... 나는 끝까지 견딜 수 있을까.
그러나 이성과 감성 사이,
외로움을 끌어안은 나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만 생각하면
아니, 그렇게 믿는 순간만큼은
내가 기쁘다는 것을... 나는 알지도 모르겠다.
어떤 세계를 쓰고 싶은 걸까. 문득 설계도를 그린다고 상상해 본다. 어떤 집을 짓고 싶은가? 천장은 얼마나 높아야 하고, 창문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어쩌면 그 집의 주제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모든 감정들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허락도 없이. 아무 공간에나 스며들고, 눌러앉는다. 그 집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도록 지어져 있었다. 무력함에서 비롯된 열망은 내 안으로 전이되어 어떤 색으로든, 어떤 소리로든 반복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유난히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꿈꿨다.
외로움이 드나들기 편한 닫히지 않는 창문.
벽에 남은 얼룩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잃어버렸던 한쪽 양말이 침대 밑에서 나오는.
오랫동안 감정들을 구겨놓은 이불은
아직 그 자리에 눌린 채로 남아
남아 있었다.
그런 집에서 나는
그래서 나는 소설을 적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