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압생트의 날개

A. 료료적, 인물 소개

by 료료

료료적, 외로운 침입자분들에게

당신이 보고 있는 곳에서, 곳으로 서사가 갈라지기도 한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인물들이 흔들린다. 나의 이야기를 심판하려하거나 선택하려 할 수 있다. 소설의 끝과 시작 사이를 나와 함께 걷는 자들이다. 침묵 속에 존재하는 절대자, 절대적인 침입은 원초적인 질서의 단면에서 정당한 파괴의 패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당신들의 눈빛, 이성과 감성이 기척 없이 료료적, 외로운 침입소설을 읽는다. 그들은 모두 읽는 료료적, 외로운 침입자다.


#등장인물

지수 예언의 매개자

준희 관찰자이자 동행자

날개 없는 소녀 결핍과 미스터리를 품은 존재

엉쥴리끄 날개의 행방을 쥔 심판자

니케 승리의 여신 이름을 지닌 강인한 소녀

엉젤 천사라는 이름의 소년

우눔·루미나·루멘·물타 빛을 다루는 종족들

워터울프 호수 전체

블라위 마을이 사랑한 어린 워터울프


1.지수와 준희

녹색의 시간 - 오후 5시, 압생트 마시는 시간

지수와 준희는 매일 달린다. 학교가 끝나면, 말없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골목길까지 뛰어간다. 길 끝의 녹색틈에서 잠깐 펼쳐지는 빛의 시간으로 아이들은 또, 한번 달린다. 골목의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자갈이 섞인 흙길이 보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수록 눈앞이 조금씩 환해졌다. 골목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녹색 빛의 하늘과 가까워졌다.


녹색 빛을 내는 초점들이 녹색 하늘이 닿는 녹색 언덕으로 오르고 있었다. 녹색 언덕은 날개 없는 소녀를 붙잡았다. 날개 없는 소녀가 공중에 매달려 준희와 지수를 바라봤다. 그들도 동시에 날개 없는 소녀를 돌아봤다. 날개 없는 소녀가 두르고 있던 하얀 천이 바람에 불려 가고 있었다.


지수는 조용히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다.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말없이 펼쳐보았다. 지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준희에게 말했다. “창밖에 녹색 빛이 교실로 환하게 비추더니 금방 사라졌어. 그리고 주머니 속에 이게 들어있었어. 엉쥴리끄의 날개." 지수가 말을 멈추자 준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날개 없는 소녀는 어느새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날개 없는 소녀의 손에도 무언가 반짝이는 종이 조각이 들려 있는 것 같았다. 준희는 천천히 말했다. “가끔 그런 거 있지. 내 기억에 없는데 갑자기 불쑥 생긴 기억 같은 거. 내가 꾼 꿈이 아닌데 나한테만 맞는 옷처럼 느껴지는 순간 같은 기억말이야.”


지수는 주머니에 티켓을 집어 넣었다. 바람이 한 번 더 녹색언덕을 스쳤다. 녹색 노을빛이 녹색 언덕을 밀어내듯 내려앉았다. 날개 없는 소녀는 점점 사라져 갔다. 준희와 지수는 한 발짝 다가서서 그 자리를 바라봤다. 그 자리에 남은 건 희미한 바람과 공중에 잠깐 떠 있던 조각 뿐이었다. 지수는 신발끈을 조여 맸다. 말없이, 두 아이는 녹색언덕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책장의 긴계단을 넘기다가, 곤란과 공란의 페이지가 빠지게 될지도 몰라.” 지수의 말을 이해 못 했지만 준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조용한 공기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소문이 퍼지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진짜처럼 되잖아.” 니케와 엉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빛의 시간들이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시간들의 말이 공란의 틈새를 노리고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그들은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2.엉쥴리끄-니케와 엉젤

니케와 엉젤의 날개를 쫓아.”엉쥴리끄가 말했다. 자갈에 깔린 철도 위로 날카롭게 따라 붙었다. 거리는 숨을 죽이고, 하늘의 장면은 어깨 위로 잿빛이 되어았다. 세상의 스위치가 꺼진 순간이었다. 발걸음이 느려졌다. 음침한 시야로 손을 뻗었을까. 안개에 맺힌 이슬이 한 방울씩 날개를 적셨다. “나뭇잎 방울 소리다.”, “날개는 분명 여기에 있어.” 조심스레 몸의 일부를 벽으로 밀착시켰다. 까맣게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가득 안고 호숫가로 발걸음도 도왔다.


엉젤과 니케의 날개를 쫓아-
니케와 고깔모자
한적한 작은 마을의 열차를 탔다. 나는 날개를 쫓았다. 주름이 많이 있는 고깔모자가 필요했다. 바삭거리며 씹을 때 경쾌한 소리를 내야 했다. 식당 칸에 들어가, 고깔모자 모양을 한 과자를 찾을 수 있었다. 낯설었던 열차라도 그 모자를 쓰게 되면 어색했지만,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고전적인 시간은 주름을 괴롭혔다. 고깔 반죽을 압축하고, 모양이 생기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주름을 좀 더 만들 수 있었다. 역시 운이 좋다 할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짭짤하면서 고소한 맛, 누구나 아는 맛, 손이 멈추지 않았다. 배가 고픈 것일까. 그것을 멈추지 못했던 나는 승리의 여신 니케다. 나는 니케다.


한적한 작은 마을의 열차를 탔다. 나는 날개를 잃어버렸다. 뾰족한 송곳니가 고깔모자를 경쾌하게 씹을 때, 턱을 살짝 틀어버리며 바삭거림을 즐겼다. 식당 칸에서 고깔모자 모양을 가진 과자를 찾았다. 그 모자를 쓰게 되면, 어색한 것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주름의 고전적인 시간이 나에게 친숙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반죽을 압축하거나 모양을 낼 때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주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경쾌한 친구를 만나 외롭지 않았다. 역시 운이 좋다 할 수 있었다. 나는 천사 엉젤이다. 코트가 뒤집혔다. 난간에 서서 새처럼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갈 듯했다. 팔을 들고 허리를 고양이처럼 구부리고, 손을 모아 엉쥴리끄에게 기도드렸다. 나는 엉젤이다.



3. 우눔, 루미나, 루멘, 물타

하나의 빛에서 퍼져나간 수많은 빛들

우눔Unum이 날로 된 생선처럼 파닥거린다. 생선장수는 소금을 사정없이 잔뜩 뿌린다. 어쩔 수 없듯이 괴롭다.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갓 잡은 생선이 되어 물 밖으로 나왔다. 공기 중에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텐데. 죽은 생선은 썩은 내를 풍기며 썩기 시작할텐데. 고독이 짙어질수록 시들어갈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자리에 멍이 시퍼렇게 초록물이 든다. 깊어진 상처는 아프기만 하다.


루미나Lumina는 고통에 빠졌다. 곧, 죽을 사람처럼 발버둥 치며 날생선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한다. 외롭지 않지만 그리움에 쌓였다. 얕지만, 살아 숨 쉬었지만, 이제는 죽은 숨을 쉰다. 예민한 감각을 곧 세운다. 죽음을 훔치는 것인가, 생명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그 여백의 행위는 마음껏 루미나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했다.


날것, 신선함의 상징적인 매력을 크게 느낀다. 어디에도 무게를 두지 않는 깊이, 꾸미지도 않아도 되는 날것. 흥미로운 숨결이 목덜미를 붙잡고, 간지럽혀 나를 이끌고 간다. 섬뜩하게 죽기 전까지 손을 내민다. 높은 난간의 기억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고독은 슬프더라도 외롭더라도 나는 아팠을까?


루멘Lumen은 압생트 스푼을 손에 쥔 채로 쓰러져있다. 소파 시트에 걸쳐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 몸은 압생트 병처럼 산산이 깨져있다. 또 입술은 어떤가. 잎사귀라도 물고 있는 것처럼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깨진 초록 조각들이 비밀갈등을 펼쳤다. 선명하지만 울퉁불퉁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야기였다.


루멘은 선택을 해야 했어. 아주 좋은 선택 말이야.” 일제히 신난 녹색 조각들은 와그작와그작 서로를 씹어대며 징그럽게 웃고 있다. 유난히 예리한 녹색 조각하나가 루미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루멘은 압생트를 마시며 담배 연기를 길게 뱉었어. 한 손으론 녹색 빛으로 물든 잔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론 목에 걸린 초커를 번갈아 만지작댔지. 그런데 루미나 너의 짙은 밤색 머리에서 아주 괴팍한 냄새가 나는 군. 루멘의 길고 곧은 흑발은 고집스러웠지만 고혹적인 향기가 나서 좋았거든. 그 녀석의 짧은 턱수염에 빛을 내는 흔적이 신의 존재임을 감수해야 했어.” 찢어진 녹색 조각들은 밖으로 나와 물타Multa 손목 언저리에 앉아서 빛을 뿜는다. 손목 안 쪽에서 초록빛을 내며 글자가 나타났다.


“녹색 불빛을 들고 걸어오는 남자는 그림 언덕의 초점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꿈을 꾼다.”












료료적, 탄생 인물소개 /뜻/

* 엉쥴리끄 angélique

천사처럼 착한 [순결한], 완벽한


*니케와 엉젤 : 엉쥴리끄 이름에서 쪼개어_ 탄생한 끝과 시작의 애칭

*엉젤 불어로_ 천사

*엉쥴리끄의 끝 부분을 애칭으로 고침

니케 Nike(승리의 여신)과도 발음이 비슷해서 가지고 옴



* Unum, Lumen, Multa, Lumina: 빛을 다루는 종족

(료료적, 탄생 인물)


우눔Unum "하나의"
루멘Lumen "빛"
물타Multa "많은"
루미나Lumina "빛들"
라틴어로 실제 뜻


하나의 빛, 많은 빛들

하나의 빛에서 퍼져나간 수많은 빛들

실제 뜻을 사용해 하나의 인물이기도 하지만, 엉쥴리끄처럼 인물을 나누었다.


*다음화 예고


“하나였던 빛은 갈라졌다.

혼돈의 균열이 벌어져간다.

모든 조각들이, 다시 한 번 서로를 겨냥한다.”



*그림은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제작되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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