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낮은 땅의 주인, 워터울프

B. 료료적, 외로운 해방의 탱고

by 료료

#등장인물

지수 예언의 매개자

준희 관찰자이자 동행자

날개 없는 소녀 결핍과 미스터리를 품은 존재

엉쥴리끄 날개의 행방을 쥔 심판자

니케 승리의 여신 이름을 지닌 강인한 소녀

엉젤 천사라는 이름의 소년

우눔·루미나·루멘·물타 빛을 다루는 종족들

워터울프 호수 전체

블라위 마을이 사랑한 어린 워터울프


4. 모자와 보이지 않는 눈동자들과 반도네온


고깔모자와 반도네온 그리고 장난치는 눈동자들


오후 다섯 시의 녹색 시간- 니케와 엉젤이 하를럼 녹색언덕 역 열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잃어버린 날개를 찾을 수 있어.' 라며 속으로 숨을 골라내고 뱉어내었다. 어디론가 손으로 더듬었다. "? 왜 없지?" 그러다 무언가 떠올린 듯, 갑자기 외쳤다. "엉젤!? 또 네가 장난친 거지? 어서 가지고 와!"


목소리가 곧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게, 그 녀석들을 좀 더 잘 챙겼어야지. 그들이 우리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어? 니케, 넌 나 없이는 한 발짝도 못 간다.” 엉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니케를 놀리듯 천진난만하게 웃었지만, 눈빛은 압생트에 들어갈 잔혹꽃 향처럼 진하게 번졌다.



까맣게 보이지 않는 눈동자들은 멀리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깔모자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 순간, 고깔모자에서 녹색 주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깔모자의 연주가 시작됐어! 우리가 왔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거야. 엉쥴리끄에게도 우리의 소식이 전해지겠지.” 엉젤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갔다. 목소리는 산산조각 부서진 유리처럼 따끔거렸다.


“만약 우리가 아직 날개를 찾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면, 엉쥴리끄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니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를 노렸다.

“글쎄, 엉젤. 엉쥴리끄가 오기 전 내가 눈을 뜨는 순간, 가장 먼저 없앨 건 너일 거야. 그러니 어서 가져와.” 엉젤은 순간 얼어붙은 듯 멈췄다가, 서서히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니케, 미안해.”

엉젤의 목소리는 하를럼의 메마른 땅이 갈라지듯 건조했다. 그의 눈동자에 어른거리는 것은 빛도, 어림도 없는 공허함 뿐이었다.


“하지만 넌 운이 좋아. 까맣게 보이지 않는 눈동자들은 곧 너를 다시 보이게 해 줄 거야.”


니케는 숨을 고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행운이라고? 글쎄, 새로운 저주겠지.' 그녀는 엉젤을 노려보고 싶었지만, 그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이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에는 장난기와 공포가 엉켜 있었다.


“그래도 내가 없었다면...”

그는 몸을 기울이며 낮게 속삭였다.


“넌 오늘, 눈을 뜨기도 전에 선로에 깔려 죽었을 거야.”


니케는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지만, 손끝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그를 밀쳐내고 싶었지만, 엉젤의 말은 칼끝처럼 그녀의 목을 조여 와, 단 한 걸음조차 떼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발, 살려 줘.”


니케의 머릿속은 갈피를 알 수 없는 생각들로 가득 차 올랐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엉젤의 무게가 그녀를 좀더 지독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엉젤은 보이지 않는 눈동자들을 한 움큼 움켜쥐었다. 차가운 빛을 반사하는 눈동자들이 그의 손 틈을 벗어나 재빨리 니케의 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세상의 빛을 처음 본 듯, 눈앞에 환한 물체들이 차례대로 부서졌다. 숨이 막힐 만큼 눈부신 세상,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러나 그 환함과 동시에 심장의 밑바닥에서 분노가 서늘하게 기어올랐다. '정말 이게 나를 위한 일일까? 아니면 엉젤의 덫일까.'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엉젤이 장난스럽게 찡긋 웃는 순간, 니케의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그를 선로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송곳 같은 미소는, 그녀가 그를 놓는 순간 다시 어둠 속에 갇히리라는 섬뜩한 예감을 느꼈다.


그때, 녹색 종이 울렸다.

단순한 종소리가 아니었다. 곧 낮은 땅의 주인이 깨어나고 있는 울림이었다.


5. 낮은 땅의 주인, 워터울프


오후 다섯 시, 5789435분, 녹색 시간이 좀 더 짙어졌다. 니케는 까맣게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내미는 압생트를 한 잔을 받았다. 그녀는 압생트에 낮게 깔려있는 정적을 한 스푼 덜어냈다.


“도착했어. 드디어 하를럼이야.” 그들은 함께 외쳤다.


엉젤은 자갈길 선로에서 얼른 허리를 숙이고, 손을 모아 엉쥴리끄에게 기도를 드렸다. "엉쥴리끄, 우리가 드디어 하를럼 녹색시간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호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경쾌한 고깔모자 친구는 메마른 낮은 땅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자의 부서진 낮은 세포들은 예상한 것처럼 반도네온의 주름통을 열어젖히듯 누군가 문을 열고 있는 녹색 빛의 시간 틈으로 점점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 무게에 짓눌린 낮은 땅으로 기운을 느낀 반도네온의 숨통이 거칠어졌다. 음은 삐걱이며 흘러나왔고, 녹색 이끼가 벽처럼 자라나 틈새를 벌렸다. 빛은 한 몸에서 갈라져 나오며, 선율은 심장을 파고드는 듯 흔들었다.


죽은 숨결을 억지로 건져내는 선율은 날카롭게 물어뜯겼다. 아르페지오의 파편들의 잃어버린 날개는 낮은 땅의 주인의 비명에서 끝없이 차갑게 식어버린 외로움이 담긴 연주였다.


니케의 손에 쥔 정적의 압생트가 이미 바닥에 쏟아지고 있었다. 그 순간, 예기치 못한 강세가 터졌다. 엉쥴리끄였다. 메마른 낮은 땅이 반주에 맞춰 하를럼 전체를 갈라놓듯 흔들렸다. 엉젤은 숨을 죽이고 니케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해. 엉쥴리끄도 떨고있.." 니케는 엉젤의 입을 급하게 손으로 막았다.


엉쥴리끄가 앞으로 걸어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낮은 땅의 주인, 워터울프다."


낮은 땅의 주인, 워터울프

워터울프의 푸른 눈은 하를럼 호수의 깊은 파도였다. 사람들은 호수를 없앴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단지 땅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를 본 순간 엉쥴리끄는 사람들의 수많은 목소리가 장면을 바꾸며 들려왔다. 워터울프가 찌르듯 튀어나와, 빛의 조각들을 선명히 새겼다.


어둠이 드리운 저습지, 바람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땅은 스스로의 살점을 뜯어내듯 갈라졌다. 농토는 무너지고, 마을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때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호수가 아니었다. 굶주린 늑대가 땅을 물어뜯듯, 거대한 호수는 육지를 집어삼켰다. 우리는 그것을 워터울프라 불렀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괴물은 울부짖으며 파도를 일으켰다. 1836년, 그 울음은 암스테르담까지 닿았다. 도시의 숨결마저 끊어버릴 듯한 그 순간, 우린 결심했다. 이 괴물을 반드시 말려야 한다.




*그림은 챗지피티를 사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