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 법칙의 벼릿줄
늘피 선생을 만난 때는 책, <시크릿>을 읽은 지 조금 지나서였다. 그는 내 사무실에 자주 놀러 왔고, 항상 책을 들고 있었고, 늘 피곤해했다. '늘피'라는 호가 붙여진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였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에게 맨입으로 보내는 일이 없는 우리 어머니께서 그랬듯이 나도 그가 우리 사무실에 올 때마다 커피를 대접했다. 사촌이 운영하는 커피 가게에서 가져온 잘 볶은 커피는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내 삶의 은인이신 작은 아버지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매달 얼마어치를 꼭 팔아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내가 내려주는 커피를 좋아했고 나는 준바리스타가 되어 있었다.
늘피 선생이 읽는 책은 다양했고, 나 또한 대학원 숙제하느라 <맹자>를 읽고 있었다. 그가 호기심을 보이며 함께 읽자고 하여 우리 독서 모임은 시작되었다. 둘이 시작한 독서모임은 3명, 4명으로 늘어나더니, 3년 후 <열하일기>를 읽을 무렵에는 여덟 명으로 늘어났다. 나는 계속 커피를 내렸고, 너도나도 먹을 것을 조금씩 싸 와 간식은 넘쳤다. 모임 이름을 정하고 회원들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세상에 나온 인문 책을 다 읽어버릴 태세였다.
늘피 선생은 가끔 주식 이야기를 했다. 그가 피곤해하는 이와 관련이 있다. 밤새 주식 공부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주식에 손 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처음엔 흘려들었다. 독서 토론 4년째 되는 해에 드디어 그가 투자하는 종목을 나도 조금 샀다. 오르기에 더 투자했고, 더 오르기에 여윳돈 전부를 털어 넣었다. 내 기준으로 제법 부자가 되었다. “나도 부자가 되었으면, *억만 가져봤으면 …” 바랬는데 진짜 계좌 잔고가 근처까지 갔다. 회원들에게 늘피 선생 덕분에 부자 되었다며 저녁도 샀다. 지갑에는 5만 원권 여남은 장은 항상 넣고 다녔다.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고 세상 부러운 게 없었다.
근무지를 옮겨도 독서는 계속되었다. 장소를 전전하며, 매주 하던 독서를 격주로 조정하여 계속했다. 빌리는 공간이라 커피나 간식을 먹기 힘들었고 대신 토론이 끝나고 식당에서 저녁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저녁값은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내었다. 내가 한 번 샀으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내는 식으로 몇 년은 갔다. 10년째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은 <도덕경>을 읽고 있고, 토론이 끝나면 더치페이로 저녁 먹고 헤어진다. 책은 계속 읽고 있지만 이전 같은 희열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그사이 내 계좌 잔고는 원금은커녕 그 아래로 내려왔다.
지금 ‘끌어당김의 법칙’을 다시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 처음 독서를 시작할 무렵, <시크릿>을 통해 끌어당김의 법칙을 알았고, 책이 시키는 대로 가짜 수표에 *억을 기록하고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넣고 다녔다. 나중엔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넣고 다녔다. 가끔 지갑 속에 누르스름해진 종이를 보기는 했다. 몇 년 후 아들이 생일 선물로 새 지갑을 사 왔다. 너덜너덜한 이 가짜 수표를 새 지갑에 옮길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탄핵당한 이전 대통령 생각이 났다. 그네들도 우주의 기운이 어떻고 하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났다. 가짜 수표를 과감히 버릴 수 있었다. 지갑에 5만 원권을 넣어 다니던 무렵이었다.
몇 년 뒤 주가는 내리막이었고, 늘피 선생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 하고, 나는 또 그를 믿고 봄을 기다리고, 세월이 흘러도 봄은 오지 않고, 마침내 봄은 왔지만 나의 꽃은 피지 않고, 손절매할까 더 기다려 볼까 망설이다가 지금 나는 여기에 있다. 나의 끌어당김의 법칙 이력을 돌이켜보고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알고는 조금 실천하여 사람을 끌어당기고, 책을 끌어당기고, 돈도 끌어당겨 얻었지만, 그것이 끌어당김 법칙의 효과인 줄 몰랐다. ‘끌어당김의 법칙’의 핵심을 몰라 다 잡았던 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원금까지 날리고, 책 읽는 재미마저 잃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그 법칙의 핵심이 뭔지를 알겠다. 여기 간단히 그 핵심을 정리하면서 ‘나의 끌어당기기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과학이다. /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 / 이 법칙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바라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이 법칙은 작동되지 않는다. / 끌어당겨놓고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물의 벼릿줄이 끊겨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것처럼. / 끌어당김의 법칙에도 벼릿줄이 있다. 그 벼릿줄은 믿음(+소망), 실천(+사랑), 감사(+지족)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따로 깊이 생각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