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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타타타 Jul 16. 2024

나의 일상(日常)을 돌아보다가

참 삶을 위한 루틴

     

 나의 일상은 몇 가지 유형의 루틴이 맞물려 돌아간다. 생리적 루틴, 생계를 위한 루틴, 그리고 참삶을 위한 루틴이다. 생리적 루틴은 다른 사람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기본적 체력이 약골이라 잠이 많고, 밥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화시키는 시간이 길어 다른 사람보다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루틴을 잘 지켜야 나머지 인생도 보장받을 수 있기에 수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밥을 알맞게 잘 먹으려고 애쓴다. 

     

생계를 위한 루틴은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편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이왕 하는 김에 세 번째 루틴인 참삶과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 거리는 더 멀어져 지금은 분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고 있는데, 수업의 절반은 재미있고 절반은 참으면서 한다. 업무도 시키는 대로 하다가 요즘에는 의미 있는 것만 한다. 나이가 주는 선물인지 이제는 일을 가려서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생계를 위한 나의 일상은 즐거운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그저 평화롭다.

     

 이제 참삶을 위한 루틴을 소개한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하는 핵심 일상이다. 이것은 다소 불안정했다가 최근 안정화된 것 같다. 주로 놀이, 운동, 공부로 이루어져 있다. 놀이는 당구와 게임, 스포츠 관람, 여행이 주를 이룬다. 매주 월요일은 당구 치는 날이다. 한 달에 한 번은 게임하는 날이 있다. 주말이나 방학 때면 아내와 여행 다니기를 자주 한다. 나름대로 균형 있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야구 중계방송 보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 아내의 빈축을 살 때가 있다. 요즘 운동과 공부 시간이 늘면서 TV 시청이 줄어든 것이 흡족하다.  

   

 운동은 주로 걷기가 대부분이다. 가끔 산행도 하지만 루틴까지는 아니니 지금 걷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출퇴근 거리 절반을 걷는데 걷는 길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다른 글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서울 둘레길 14코스, 안양천 둑길이다. 아내에게 이 길을 소개하며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내가 칸트만큼 성공하면 이 길은 “철학자의 길”이라 불릴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나 공부를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고 본다. 걷기 외에 근육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 루틴으로 만들지 못했다.  

   

공부는 세 가지를 하고 있다. 책 읽기, 글쓰기, 그리고 명상이다. 그동안 책 읽기만 했었는데 최근 글쓰기와 명상을 시작했다. 책 읽기는 내 일상 중에 제법 안정화된 루틴이다. 정기적으로 하는 독서 모임 덕분이다. 이것이 진정한 나의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 너무 외부적 힘에 이해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내적 동기로 더 즐겁게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를 위해 매일 일정한 시간을 독서로 고정하고, 읽은 책에 대하여 작은 글이라도 남기려 한다. 너무 많은 모임을 줄여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글쓰기를 시작한 건 가장 잘한 것 같다. 혼자서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데 요즘 그 습관을 들이고 있다. 글쓰기 선생님께 배우고 있는데 내 글쓰기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글쓰기 선생님의 지적이 아프지만 기분은 좋다. 내 글은 너무 잘 쓰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너무 억지스럽게 짜 맞추듯이 쓰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또 너무 설명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너무 가르치려는 글보다는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이야기를 쓰라는 충고로 받아들였다. 너무나 적확한 지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충고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덤으로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까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명상은 마음 다스리기 차원에서 가장 최근에 시작했는데 아직 완전한 루틴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허무감을 떨칠 방법을 찾아 선택했다. 매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정말 좋아하는 일을 안 하고 나이 먹으면 삶이 허무해진다고 들었다. 최근 명상에서 배운 것은 이미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런데 명상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것임을 새삼 알았다. 이미 철학 사상 책으로 배운 것은 지식이고 생각 덩어리일 뿐이다. 그런 생각이나 관념들이 내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만들어 낸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아니 그 느낌에조차 집착하지 않는 삶을 연습할 것이다.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일상에 꼭 집어넣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다. 이미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아직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것이다. 아내를 위해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빚을 갚는 마음에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 정말 하고 싶다. 한 번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되도록 하고 싶다. 이것은 나에게 의무이자, 희열이자, 수행이자, 사랑이 될 것이다. 이 글의 끝이 이렇게 귀결될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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