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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타타타 May 28. 2023

시간 상념

 시간을 통해 생각해 보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가만히 있어도 지나가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지나간다. 잠을 자도 지나가고 깨어 있어도 지나간다. 후딱 지나갈 때도 있고 지루할 만치 천천히 갈 때도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가장 성실하고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것, 바로 시간이다. 그런데 이 시간은 원래 우주에 없는 것이다. 빅뱅과 함께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고, 생성되고 있는 우주 속에 물질과 그 운동이 있다. 그렇게 생성된 별들 중에 태양이 있고 그 행성 중에 지구가 있고 그 속에 인간이 있다. 사람이 지구에 살면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알게 되고, 달이 뜨고 지는 규칙성을 알게 된다. 반복되는 규칙성의 주기를 한 단위로 삼고 헤아리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일 년 이 년 삼 년... 하루를 쪼개고 일 년을 쪼개어 요즘과 같은 시간 체계를 만들었다. 그것을 제는 시계도 발명했다.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졌는지, 봄여름가을겨울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해가 뜬 지 얼마나 지났는지, 봄이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는지 헤아리며 그것을 시간이라고 명명했다. 어느새 인간은 시간이라는 존재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돌아 1년임 이미 알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돈 줄로 착각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 죽는 것은 인간의 운동이고 그 운동이 끝나면 죽는 것인데, 시간이 흘러 늙고 병드는 줄 안다. 시간이 흘러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한 바퀴 돌고, 서른 바퀴 도는 간격이 있을 뿐이다. 시간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공(空)인 것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시간이 있다고 처도 시간은 상대적이다. 물체의 속도에 따라, 공간의 중력에 따라, 인간의 심리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간다. 그렇다고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가? 칸트의 말마따나 인간이 무언가를 인식하는 선험적 형식이 공간과 시간일진대 시간이 없으면 이런저런 것들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이며,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삶이 가능할 수 있을까? 시간이라는 실체는 없지만, 물질이 있고 그것의 운동이 있으니 그것에서 인간은 시간을 발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계산하여 지구촌을 만들었고, 달나라도 가고, 화성도 탐사한다. 시간은 실체가 없지만 인간 세계에 엄연히 작동하고 있는 어떤 것[色]이다. 실체가 없지만 엄연히 있는 것, 공즉시색(空卽是色)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시간은 실체가 없는,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이것을 시간의 공성(空性)이라 한다. 우리가 너무 시간에 얽매여 각박하게 살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그러나 시간은 인간이 발명한 최고의 개념이고, 인간 세계에 엄연히 작동하고 있다 못해 인간을 지배하기까지 한다. 이것을 나는 시간의 색성(色性)이라 한다. 우리가 시간을 관리해야지 시간에 지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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