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캐나다를 가기로 결정을 하고 차차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많이 들은 질문은 “왜 가요?” 혹은 “뭐가 좋아서 가요?”이다. 뭔가 이유를 듣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것도 거창한 이유말이다. 영주권이라느니 대기업 목표나 뭐 그런걸 말하길 바라는 듯 느껴진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한 번은 모임에서의 일이다. 뒷풀이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나의 캐나다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편하게 내가 가서 느꼈던 것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바로 이렇다더라 이야기하던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몇 번을 되물었다.
왜 캐나다로 가요?
가보니까 좋아서요
뭐가 좋았어요?
문화나 제가 일하는 분야랑 잘 맞아서요.
그럼 다른 이유는 또 뭐 있어요?
음… 재밌을 것같아서요! 뭐 있나요? 하하하
내 대답은 상관없는 듯 끊임없는 질문을 해왔다. 관심가져주니 고맙다는 식으로 넘기긴 했지만 부담스러웠고 불쾌했다. 더 깊은 답변을 원했다면 그러지말지 싶다가도 아니면 원하는 대답이 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분 말고도 몇 지인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반복되다보니 궁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닿았다.
그 분들의 입장을 이해하기로 노력해봤다. 사실 서른에 임박한 나이에 외국으로 떠나는게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에 대한 크고 핵심적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듣기를 원한게 아닐까싶다. (그걸 말할만한 상대였으면 진즉 했다.) 그리고 핵심적인 이유도 남들이 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긴 하다. 캐나다하면 이민이 따라오는 키워드기에,열에 절반 이상은 이민이나 영주권에 대해 정보를 주고 물어본다. 그런 목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확률상 내가 돌아올 것이 8할이 넘으니 곁다리같은 것이다. 간단하게 가는 이유는 자리 잡기전에 해외생활해보기위해서, 간단하게는 “재밌을 것같아서”이다. 나름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꿈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다르게 말하듯 이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말하는 깊이가 다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사람마다 다른 가면을 쓰고 다른 깊이의 나를 보여준다. 나의 깊은 곳을 드러낼 떄는 “재밌을 것같아서”라고 말하고 가볍게 말할 때는 이민이야기를 한다. 얼핏 보면 모순적이게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나는 어떤 선택에 있어 확률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의 높고낮음보다는 대략적으로 내려보는 것을 선호한다. 앞서 말했든 내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확률은 8할 아니 9할이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누구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듯 나도 마찬가지다. 일 년을 못 버텨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비자를 다 채우고 한국으로 오는 것을 "성공"이라고 정했다. 어짜피 돌아오는 거 아니냐라고 해도 나는 내생에 없었던 일을 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겠다.
각자 인생에서 선택들은 주관적이다.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수 없고, 본인조차도 모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