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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09. 2020

나의 콤플렉스


내 신체 콤플렉스는 피부다. 피부가 남들에 비해 안 좋다. 21살 때 군 입대하고 나서 급격히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 신병 첫 면회를 앞두고 얼마나 내 피부가 안 좋았는지 병장 분대장이 "제 국군 병원에 보내서 피부 좀 어떻게 해라. 부모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시겠냐."라고 말할 정도였다. 군대에서 피부 때문에 작업을 열외 받고 병원에 보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어디가 부러지던가 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차질이 있을 경우에만 가는 곳이 국군 병원이다. 사실 피부가 안 좋다고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국군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니 어느 정도 피부가 진정됐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받지 못했다. 그때 관리를 잘 받지 못해 지금도 파인 흉터와 붉은 기가 여기저기 남아 있는 편이다. 


예전에 디자이너 모토 구오가 패션쇼에서 안티 그루밍이라는 컨셉으로 모델에게 여드름 분장을 시켜 런웨이를 걷게 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건 약간 빅사이즈 모델이 당당하게 런웨이를 걸으며 마른 몸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유사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저건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드름을 한 채로 당당하게 런웨이를 걷는다고 해서 여드름이 아름다워 보이는가 라는 건 나에게 아직 의문이다. 


그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얼굴에 철판만 깐다고 당당한 건 아니다. 당당함에도 그에 합당한 철학이 있어야 정말 당당해 보인다. 단지 '여드름 얼굴도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기에 그 철학이 빈곤하며 납득할 수가 없다. 이런 건 약간 변태적 페티쉬에 의존하는 아름다움이다. 아주 깡마른 사람에게 흥분하는 사람도 있고 굉장히 뚱뚱한 사람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페티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드름 얼굴에 흥분을 느끼는 페티쉬가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하기는 하다.    


난 내 얼굴도 아름다워라고 철판을 깔기보다 그냥 이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보다 그저 추함을 인정하는 게 오히려 극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외에 다른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가꾸고 만드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본다. 난 지금까지 치과 검진을 제외하고 몸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럼 난 속으로 '피부를 내주고 건강을 챙긴다면 나쁜지 않은 거래다.'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피부가 좋지만 여기저기 아픈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는가. 이런 정신 승리도 덤으로 하면 그래도 살아가는 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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