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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an 12. 2021

허세를 부리는 이유


음악 평론가 임진모는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을 찬양하는 게 요즘 자신의 음악적 허세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트와이스 정말 죽이지 않냐." 고 하는 게 자신의 음악적 허세라고 했다. 지금 나이에도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도 따라가는 척이라도 하는 게 자신의 허세인 것이다. 나도 그의 말이 조금 이해되기도 한다. 오히려 내가 10대일 때는 아이돌 음악은 천박하고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너바나가 진짜 음악이라며 허세를 부리고는 했는 데 그게 역전된 것이다.    


내 와이프는 오마이걸이랑 아이유를 좋아하는 데 밥 먹다가도 TV로 오마이걸이랑 아이유 영상을 찾아보고는 한다. 난 처음에 큰 관심은 없었는 데 보다 보니 오마이걸의 노래와 매력에 빠지는 나를 발견한다. 누군가 즐겨 듣는 음악이나 좋아하는 가수가 있냐고 물어보면 이제 너바나가 아니라 오마이걸이라고 말한다. 그럼 상대방도 자신도 오마이걸을 좋아한다며 오마이걸로 대동 단결하여 서로 좋아하는 영상 클립을 보여준다.


임진모 평론가의 그 말은 단지 고급을 지향하는 허세의 개념을 달리 보게 한다. 고급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 저급을 찬양하면 문화적 스펙트럼이 넓고 포용적인 사람으로 포지션 되고 저급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 고급을 찬양하면 고급스러움으로 자신의 문화력을 포장할 수 있는 허세가 된다. 내가 10대 때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을 찬양한 것도 어쩌면 낮은 지금의 현실을 고급스러움으로 포장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허세의 본질은 old가 young을 지향하고 young이 old를 지향하는 것처럼 지금 자신과 정반대의 것을 지향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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