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Jan 18. 2021

행동은 지능이 높다

글을 머릿속에서만 쓸 때와 직접 타이핑하며 쓸 때의 차이는 엄청나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할 때는 생각 그 이상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똑같은 생각을 글로 타이핑할 때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이건 마치 마법 같다. 생각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또 다른 생각을 잉태하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명료한 단어로 생각을 개념화해서 생기는 확장력이다. 개념은 또 다른 개념으로 연결되고 점점 사고의 틀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처럼 이어지는 것이다. 생각으로만 머무르면 개념이 명료하지 않지만 글로 옮길 때는 개념화된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행동이 만든 에너지가 발동시키는 생각의 확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행동이 낳은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한 새로운 피드백 그리고 그것이 생각을 자극하면서 점점 생각의 범위는 확장된다. 하지만 생각으로만 머무를 때는 경험이라는 것도 모호하고 모든 것이 명료하지 않다. 뿌연 안개 속에서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와이프가 최근에 홈트레이닝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를 하고 난 후 요가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글을 매일 쓰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 쓰지 않던 근육을 쓰고 내가 몰랐던 나의 몸에 대해서 알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게 성찰할 수 있게 된 듯하다. 몸을 움직이면서 느꼈던 바를 글로 남기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나도 33년 동안 살면서 아직 개발되지 못한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생각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만 알 수 있다. 행동은 지능이 높다.

매거진의 이전글 허세를 부리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