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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19. 2020

카공족들이 바꾼 문화

원래 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어느 순간 카공족들이 카페에 들이닥치면서 "카페에서는 좀 조용히 하세요!"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문제 될 거는 없지만 언제부터 카페에서 대화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나 싶다. 이제 카페에서는 카공족들을 위해 소곤소곤 대화해야 하는 것이 디폴트다. 그렇게 조용히 공부하고 싶으면 독서실을 가라고 하고 싶지만 쪽수가 밀리니까 입 닫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사회에는 '공부'를 꽤 신성시한다. 고3 수험생이 집안에라도 있으면 TV 볼륨도 낮추고 설거지도 조심하며 소음 유출에 신경 쓴다. 엄마는 "애 지금 방에서 공부한다. 조용히 해라."라고 말하며 집안 소음을 관리하다. 수능날이 가까워지면  라디오에서는 '저 고3 수험생인데 응원 한마디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쇄도하며 뭐 대단한 거라도 하는 것 마냥 호들갑을 떤다. 자기 인생 팔자 피려고 공부하는 데 주변 사람이 눈치 보고 불편을 느끼며 응원까지 해줘야 한다.


땅덩어리 작고 자원은 없고 있는 거라는 사람밖에 없어 출세하려면 공부만이 답인 시대를 지내면서 알게 모르게 공부하는 사람을 독려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생긴 듯하다. 공부한다고 하면 하나라도 뭐 챙겨주는 게 우리의 문화다. 그러다가 시험에 떨어지면 위로한다고 챙겨줘 합격하면 고생했다고 챙겨준다. 그리고 그 배려를 고맙게 여기기보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공부하는 사람 있으면 당연히 주변에서 조용해야 하는 거 아냐." 같은 거다. 쥐뿔도 없으면서 공부한다는 이유로 상전 노릇을 톡톡히 하려고 한다. 


공부를 할 때는 주변이 조용해야 하는 게 디폴트가 아니라 시끄러운 걸 디폴트로 생각해야 한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당신이 공부한다고 조용히 해주지 않는다. 조용히 해준다면 그건 엄청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걸 늘 생각해야 한다. 조용하고 싶다면 조용한 곳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게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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