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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23. 2020

진짜 나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각은 하버드 대 출신의 승려다. 한국에서는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 당시 하버드대 출신의 푸른 눈 외국인이 빵빵한 학벌을 버리고 한국에서 승려 생활을 한다는 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거 같다. 간간히 티브이에 나오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도 했지만 조계종의 고루한 관습을 비판하여 독일로 떠난 걸로 알고 있다.  


그는 '참나'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승려가 됐다. 하지만 '참나'는 산속에서 염불을 외운다고 찾을 수 없으며 매일 복잡한 출퇴근 길에 부대 낀다고 '참나'를 못 찾는 것도 아니다. '참나'를 절에서만 찾을 수 있다면 번화가에서 술을 마시고 쇼핑을 하는 나는 '참나'가 아니라 가짜란 말인가? 그 또한 나다. '참나'는 그저 인간이 지긋한 현실과 대비되는 고상한 세계를 가정하여 만든 허구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어떤 세계에 '참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만약 정말 '참나'가 있다면 그건 잠재력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제2의 유재석이 될만한 입담꾼이 하루 종일 입답고 일하는 기관사를 할 수 있고 제2의 손흥민이 될 만한 사람이 주민센터에서 등본을 떼고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자유와 행복을 얻고 싶다면 '참나'를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절에서 불경을 외우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끊임없는 시도를 하며 자신의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는 '참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현각은 참나를 찾았냐는 질문에 "지금 마시는 커피 향이 좋지 않냐"며 엉뚱한 소리를 했는 데 과연 그는 참나를 찾았을까? 아니면 18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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