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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27. 2020

타인을 비난한다는 것


지난 주말에 다용도실에 모아두었던 택배 박스를 버리려고 아파트 쓰레기 장에 갔는 데 박스 안에서 바퀴벌레가 후두두 나왔다. 장마 때부터 모아두었던 박스다 보니까 습기를 먹고 어두침침한 곳에 있다보니 바퀴벌레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거 같다. 그렇게 바퀴벌레가 후두두 나오자 깜짝 놀라 바퀴벌레를 향해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날렸다.


박스를 다 정리하고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바퀴벌레가 뭔 죄가 있나 싶었다. 바퀴벌레는 그저 자신이 살기 좋은 환경에서 알을 까고 살았을 뿐이다. 제때 택배박스를 치우지 않고 쌓아둔 내 잘못이다.바퀴벌레가 있다는 건 위생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거고 위생환경이 좋지 못한게 바퀴벌레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바퀴벌레가 생겨서 위생이 나빠진 게 아니고 위생이 나빠서 바퀴벌레가 생겼다는 선후관계를 착각한다.


바퀴벌레=더럽다. 그래서 더러운 바퀴벌레 = 혐오라는 등식이 나오는 데 정착 혐오해야 하는 건 더러운 환경을 만든 자기 자신이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거다. 난 쓸때 없이 바퀴벌레에게 욕을 한거다. 살면서 타인에게 이런 식의 비난과 욕을 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는 듯하다.  


정작 자신이 그러한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따른 나쁜 결과가 나오면 그 나쁜 결과 자체를 비난하며 혐오하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누구나 혐오하는 대상이다. 난 바퀴벌레가 좋다는 사람을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바퀴벌레는 단지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영문도 모른채 욕을 먹는다. 단지 존재 차체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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