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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Dec 04. 2020

성실함을 보는 관점


매일 똑같은 산을 오르면서 새로운 경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이 걷지만 누군가는 매일 다른 산을 찍으며 새로운 경치를 만끽하고 누구는 매일 같은 산을 오르며 늘 봐온 경치를 본다. 그러면서 맨날 지겹다고 툴툴대며 내일도 똑같은 산을 오른다. 새로운 산에 오르고 싶을 만큼 호기심과 열정은 없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은 보고 싶다는 건 욕심이다.  


새 경치를 보고 싶으면 새로운 산에 올라야 한다. 새로운 산에 오르지 않고 새로운 풍경과 경치를 맛볼 수 없다. 늘 오르던 산은 발에 익어서 편하게 오르겠지만 새로움은 없다. 안일하게 산다는 건 무위도식하는 백수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매일 성실하게 도끼로 나무를 베지만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를 시도하지 않는 나무꾼도 안일하게 사는 건 매 한 가지다. 


매일 산을 오른다는 것 그 자체는 매우 성실한 태도다. 그 조차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미 발에 익은 산을 매일 오르는 건 성실함이 아니라 게으름이며 자기기만이다. 이건 마치 100kg 벤치 프레스를 들 수 있는 사람이 40kg 벤츠 프레스를 깔짝거리며 오늘도 운동했다며 자위하는 꼴과 다르지 않다. 


성실함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성실함을 더 정확히 말하면 안주하지 않는 태도다. 삶이 지겹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이제 발이 산에 익었다는 증거다. 새로운 산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 산에 익은 발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을 기만하는 성실함은 오히려 일상을 더 권태롭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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