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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Apr 16. 2021

프로가 되는 의식

프로의 기본 성향은 꾸준함과 집요함이다. 무조건 이 두 개가 양립돼야 한다. 집요함 없는 꾸준함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을 막고 꾸준함 없는 집요함은 신뢰를 잃는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는 꾸준함을 디폴트로 하고 얼마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냐에 따라서 최상급 프로와 중하급 프로로 스펙트럼이 나눠지는 듯하다. 


집요함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악착같이 집요할수록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심 10m만 내려간 잠수부와 악착같이 20m까지 내려간 잠수부가 볼 수 있는 광경과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의 희소성은 다르다. 꾸준하게 10m만 내려간 잠수부는 매일 어느 정도의 성과를 채취하겠지만 그 이상의 성과와 인사이트는 없다. 하지만 매일 하루에 0.1mm 씩만이라도 더 깊이 들어간 잠수부의 성과는 다르다. 얼마나 더 집요하고 악착같이 깊게 파고드냐에 따라서 인사이트의 깊이는 다르다. 


이 집요함이 쉽지 않은 이유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상처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의 몸이 아프지 않으면 어제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았나 라고 자책했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발레를 했으면 몸이 적응하여 고통이 없을 만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매일 마주하는 고통이 훈장이었다.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고 아물면 다시 상처를 내는 고통 속에서 살은 단단해지고 인사이트는 두터워진다. 결국 프로는 스스로 자신만의 성을 파괴하고 다시 세우는 집요함 속에서 나타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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