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May 21. 2021

아물지 않는 상처

이별의 아픔은 영원히 아물지 않는 거 같다. 먼지 털어내듯이 훌훌 털어버릴 수가 없다. 이별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리에 총알이 박혀 영원히 절뚝거리는 상이 용사처럼 늘 절뚝거리는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마음은 어딘가 한쪽이 뻥하게 뚫려 불균형을 이룬다. 그 뻥하게 뚫린 곳 사이로 휑한 바람이 숭숭 드나들고 마음은 늘 달그닥 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안정 하다.


이별의 아픔은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주지 않지만 이따금씩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비가 올 때면 다리가 쑤시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가끔씩 그 불편함을 마주할 때 이별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상처가 벌어졌다 닫혔다를 반복할 수록 상처의 딱지는 점점 커져 굳은 살이 된다. 이렇게 까칠하고 두터워진 굳은 살을 만질 때는 가끔씩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이제 무더진 거 같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두툼한 굳은살이 자리 잡은 곳을 만져보면 이전에 매끈했던 살갗이 어땠는지 생각난다. 그럴때마다 굳은살은 아물어진 상처가 아니라 이별의 흉터나 흔적으로 남겨진다. 그 흔적을 바라볼 때마다 드는 스산함이나 쓸쓸함은 뻥 뚫리지 않고 단단하게 채워져 있던 매끈한 마음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이별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못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통을 유지하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