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나요? 일단 카페부터 가보세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아니꼽게 생각한 적 있습니다. "그럼 무슨 경험을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선배들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아무거나 해바."라고 말했거든요. 무심하게 느껴지는 그저 영혼 없는 조언이라고 할까요. 돌이켜 보면, 그 조언은 맞았습니다. '다양한 경험'이라는 말에는 특정한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랜덤 한 경험이라는 뜻이 수반되어 있기 때문이죠.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에게 그저 '아무거라도 해봐'라는 조언밖에 더 하겠습니까?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그저 집구석에서 난 앞으로 뭐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 종일 보낸 적 있습니다. 사실, 누가 방문을 두드리며 너 이거 해볼래?라고 알아서 찾아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집구석에만 있으면서 '나'라는 인간이 존재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데, 부모님 말고는 누가 방문을 두드리겠습니까? 전 그런 사람들에게 일단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에서부터 타인과 교류가 시작됩니다. 이를 통해, '나'라는 존재가 드러납니다.
아메리카노를 받고 편안한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홀짝이세요. 주위를 둘러보면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폰을 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등이요. 화장실을 가며 슬쩍 그들이 읽는 책을 한번 훔쳐보세요.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고 무엇을 배우는지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방구석에서 나에게만 깊게 빠지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을 얕고 넓게 관찰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거든요.
젊은 시절에는 깊은 경험보다 다양한 경험이 훨씬 길을 찾기 쉽게 합니다. 예를 들어, 평생 걷기만 한 사람과 걷기와 버스, 지하철, 택시를 경험한 사람 중 과연 누가 더 목적지까지 쉽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까요? 평생 걷기만 한 사람은 걷기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고 누구 보다 잘 걷습니다.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처럼 다양한 교통수단을 경험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목적기까지 가는 수월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겠죠.
경험을 하나의 책이라고 생각해보죠. 그리고 여러분은 도서관입니다. A라는 도서관에는 수학 관련된 서적만 1천 권이 있고 B라는 도서관에는 문학, 예술, 과학,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책 1천 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면 과연 어떤 도서관을 찾을까요? 아마 B 도서관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서로 엮고 통합하면서 더 큰 지식을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한 가지의 좁고 깊음 보다는 넒고 다양함이 깊이를 보장해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편집자가 되야 합니다. 이 책, 저 책을 엮어 새로운 책을 만들듯이 여러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나의 경험에 매몰되기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어떻게 엮어낼 수 있을지 눈이 필요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 편집의 소스를 채우는 과정입니다. 다양한 소스 없이는 더 큰 지식을 만들지 못합니다. 성장을 위해서 여러분의 경험을 편집할 편집자가 된다면 앞으로의 삶은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