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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Sep 24. 2021

가장 강력한 자아


가수 정세운은 자신의 자아를 상황 별로 여러개로 설정해 하나의 팀으로 조직한다고 말했다. 난 사실 그 방법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이 하나의 신념이나 자아가 유독 강하다면 그 생태계에서 버티기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꽤 많은 탑스타 연예인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건 자신의 강한 자아와 대중이 바라보는 자신의 간극 사이에서 충돌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B 인데 대중은 A라고 보거나 난 A가 싫은 데 대중이 원한는 건 A기 때문에 자신의 B를 무너뜨리고 A가 되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자괴감이 상당할 거라고 본다. 하나의 자아가 유독 강하면 그 자아를 버리는 데서 오는 고통을 버티기 힘들다.


사실 가장 강력한 자아는 자신을 텅빈 '공'의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아가 강하다는 건 늘 자신을 잃어버릴 줄 아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상황과 사람에 따라 변화할 수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은 왠만큼 자아가 강하지 않고서는 그러기가 힘들다. 그렇게 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자신에 대한 강력함 믿음이 없다면 힘들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내가 없다는 건 그 텅빈 공간만큼 자신의 강력한 자아가 차있는 거나 다름없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 집에 기르던 강아지 바둑이는 매일 집 밖을 나갔다. 하루, 이틀, 삼일 어쩔 때는 1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바둑이를 찾지 않았다. 할머니와 삼촌은 "알아서 찾아온다." 라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둑이는 제 발로 집을 찾아왔다. 바둑이가 제 발로 집에 찾아올거라는 할머니의 믿음처럼 상황에 따라 나의 자아가 가출을 해도 언젠가 나의 코어는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돌아올거라는 믿음 만큼 가장 강력한 자아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 안에 여러개의 자아가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에 대한 콘트롤 능력과 메타인지력이 높다는 방증이다. 타인의 의해서 나의 자아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만큼 나의 강력한 자아를 증명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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