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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n 28. 2021

경멸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

자신이 민트초코가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다. 민트초코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딴 치약맛을 어떻게 먹을 수 있어"라고 호들갑스럽게 경멸할 필요도 없다. 누가 억지로 먹어보라고 강권한 게 아니면 안 먹으면 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유독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 많다. 나는 찍먹파니까 부먹들은 알아서 조심해달라는 메세지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싫어하는 정도가 3정도면 대외적으로는 7-8정도 싫어하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혐오감을 표현한다.자신이 혐오하는 것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싫은 거 싫다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당찬 사람이지.' 라는 걸 말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과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난 부먹 보다 찍먹이 더 좋아 라고 말하는 것의 늬앙스에는 부먹이 싫은 건 아니지만 찍먹이 더 좋다라는 의미가 전달된다. 하지만 난 부먹이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부먹의 존재를 경멸하는 메세지가 강하다. 여기서 부먹을 좋아하는 사람은 졸지에 싫은 사람이 되고 만다. 또 민트초코맛을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경멸하면 민트초코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머쓱하게 된다. 그래서 똑같은 메세지라도 긍정의 언어가 아닌 부정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멀리할 수 밖에 없다. 그들 말대로라면 난 경멸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옮고 그름의 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면 호들갑스러운 경멸을 해서 득될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뭔가 싫어하는 티를 논리적인 근거로 팍팍 드러낸다고 해서 당신을 똑똑하게 보지도 않거니와 뭔가 센 녀석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냥 민트초코맛을 무진장 싫어하는 친구며 얘랑 아이스크림 같이 먹기는 피곤하겠다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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