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Mar 29. 2022

폭력의 TPO로 본 윌스미스 싸대기


폭력은 악이라는 윤리적 전제는 사실 인간이 만든 허상이다. 어느순간부터 폭력은 악이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인 전제 위에서 폭력 행위를 해석한다. 누구도 그런 법칙을 만들지 않았지만 절대 다수가 약자인 이 세계에서 그 말은 쉽게 수긍된다. 폭력이 칼이라면 늘 그렇듯이 그 칼을 어떻게 쓰는지 인간의 판단에 달려있지 폭력 그 자체가 악은 아니다.


폭력에게 TPO가 있을까? 크리스락의 언어폭력은 오스카라는 특수한 무대 위에서는 정당화 될 수 있는 농담이 되고 윌스미스의 싸대귀는 감히 이 고귀한 시상식에서 상상할 수 없는 물리적 행위이기 때문에 폭력이 된다. 사실 그 본질은 같지만 TPO에 따라서 어떤 건 농담이 되고 어떤 건 폭력이 된다. 


만약 윌스미스가 시상식 순간에는 참고 있다가 시상식이 끝난 무대 뒤에서 크리스락의 싸대귀를 갈겼다면 어떨가. 그랬다면 사람들은 아마 윌스미스의 행위를 옹호했을 것이다. 왜? 백스테이지에서는 그래도 되고 그런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명분 없는 폭력도 아니었고 시상식 도중에는 웃음으로 인내한 성인군자적인 면모를 보인 걸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 했다는 건 같다.


폭력은 해서는 안되는 절대적 진리 위에서 이 해프닝을 보면 답은 뻔하다. 하지만 TPO에 따라서 어떤 건 폭력이 되고 어떤 건 폭력이 되지 않는다면 폭력은 무조건 악이라는 절대적 진리 위에서 무책임하고 편하게 윌스미스의 행위를 비판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은 권력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