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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Aug 08. 2022

미니멀은 풍요로운 가난이다

미니멀리즘은 풍요의 끝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빈민가 삶을 미니멀하다고 하지 않는다. 타의로 미니멀한 삶을 사는 걸 우리는 '가난'이라고 한다. 자의로 자기 삶의 기름끼를 뺄 수 있다는 것은 곧 풍요로운 힘이다. 우리가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 할 수 있는 기반에는 정서적인 혹은 경제적 안정이라는 풍요로움이 깔려 있다. 냉장고를 꽉꽉 안 채워도 된다는 마음이거나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도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마음 ,포르쉐를 버리고 삼천리 자전거를 타도 아무런 문제 없다는 담대함이 그렇다.


집 안을 텅텅 비운다면 우리는 그 외 것에서 충족되는 풍요가 있기 마련이다. 충만한 자아 혹은 충만한 경제력이다. 자아가 충만하지 않으면 집 안을 비울 수 없고 쿠팡에서 배달 시킬 돈이 없다면 냉장고를 텅텅 비울 수 없다. 삶은 늘 밸런스가 맞아야 건강하다. 한 쪽이 비워져 있다면 다른 한 쪽이 메꿀 수 있는 풍요로움이 있어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한다는 건 반대로 우리가 얼마나 맥시멀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없어도 상관없어' 라는 마인드에서 방점은 '없어도'가 아니라 '상관없어' 다. 이 '상관없어' 라는 마인드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풍요를 쌓아야 하는가? 우리가 일일일식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루 한끼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시세끼를 다 챙겨먹어야 하는 나라는 그 나라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부실해서다. 그들에게 한 끼를 안 먹는 건 상관없는 게 아니지만 우리는 한 끼 먹지 않아도 상관 없다. 미니멀은 풍요로운 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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