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쓴 글이 아니라 잘 쓴 생각

쓰기의 생각법2

by 고로케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요.’라고 곧잘 말한다. 과연 이 표현이 정확한 표현일까? 이 표현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을 쓸 때 우리가 무엇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할지를 생각한다면 이 표현이 적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글’을 쓰기보다 ‘생각’을 쓴다. 글쓰기에서 ‘글’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매체일 뿐이다. ‘글을 잘 쓴다.’라는 말은 유려하게 문장을 잘 구사한다. 라는 뜻이 더 크다. 이것은 문장의 미적 요소에 더 치중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글은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한 기능의 역할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생각’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생각을 하는지가 핵심이다. ‘글’은 매력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상대방이 내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글의 역할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당신이 쓰는 글의 주인은 생각이다.


《이야기의 탄생》을 쓴 윌 스토는 능동태와 수동태 문장에 따라 머릿속에 그려지는 연상 순서가 달라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남자가 그림을 그린다.>와 <그림이 남자에 의해 그려진다.>의 차이는 분명하다. <남자가 그림을 그린다.>라는 능동태 문장을 보았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연상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남자가 있다.

2) 남자가 펜을 들고 그린다.

3) 도화지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주체가 이끌어서 매끄럽다. 하지만 <그림이 남자에 의해 그려진다.> 수동태 문장의 연상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도화지가 있다.

2) 갑자기 불쑥 펜이 들어와 무언가에 의해 그려진다.

3)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남자다.


그림을 그리는 주체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불명확해서 단절감이 느껴진다. 의미가 또렷하게 전달 안 된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수동적 사고를 한다면 수동태 문장을 쓸 확률이 높고 능동적 사고를 한다면 능동태 문장을 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좋은 글은 매력적인 생각에서 나온다. 문장을 잘 구사하는 데에 매몰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신선한 관점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은 단지 그 생각을 남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교 때 찬반 토론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토론 주제는 존엄사에 대한 찬반 토 론이었다. 찬성 쪽 학생은 윤리교육학을 전공한 친구였고 반대 쪽 학생은 방송학을 전공하 며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찬성 쪽 학생은 토론수업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말이 떨리고 전달력은 좋지 못했지만 논지를 제대로 파악하여 존엄사가 왜 필요한지를 잘 말했 다. 아나운서 준비를 하는 반대 쪽 친구는 발음도 또렷하고 발성과 성량도 좋아서 똑 부러 지는 아나운서 톤으로 말을 했다. 다만, 상대방 진영의 논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중언부언 하며 존엄사 이슈를 깊게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글을 쓸 때도 위와 같은 두 가지 유형으로 갈린다. 첫 번째는 생각은 명료하고 깊이 있으나 글로 표현하는 전달력이 약한 경우다. 두 번째는 글로 표현하는 전달력은 좋으나 생각 자체가 빈약한 경우다. 생각이 좋아도 전달력이 약하면 그 글은 좋은 글이 아니고 전달력은 좋 으나 생각이 나쁘면 그 글 또한 좋은 글이라고 하지 않는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매력 적인 생각과 그 생각을 표현하는 전달력, 이 두 가지가 양립해야 한다.


‘좋은 글 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 ‘어떻게 좋은 글짓기를 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글’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다. 글은 동사적 활동을 통해 늘 부단히 움직이는 생각을 낚아챈 다. 그럼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낚아채야 할 ‘생각’ 바로 그것이다.


본격적인 글을 쓰기 전에 우리는 생각하는 훈련을 먼저 해야 한다. 글짓기를 할 때 필요한 생각법은 이 글 이후에 차차 소개할 예정이다. 이 파트를 끝까지 읽으면 생각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은 무기가 아니다. 생각이 무기다. 당신의 사고력은 생각하는 법을 통해서 개발될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