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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왜 쓰는가?

한 문장 쓰기 _ 2

by 고로케

당신은 왜,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글을 쓰기 전에는 글의 목적부터 생각해야 한다. 목적 없이 글을 쓴다면 중구난방 갈 길 잃은 글이 되기 쉽다. 글의 목적은 보고하기 위해, 설득하기 위해, 기록하기 위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등 무수히 많다. 이 다양한 목적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나를 위한 글쓰기, 둘째는 타인을 향한 글쓰기다. 모든 글은 이 두 가지 유형 안에 있다.


먼저 나를 위한 글쓰기가 지향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즐거움은 다양하다. 내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글을 쓰면 상쾌해진다. 오늘 맛있게 먹었던 파스타를 글로 남길 때도 즐겁다. 힘들었던 기억을 마주하며 글로 툴툴 풀어냈을 때 오는 해방감. 이 또한 즐거움이다. 글을 쓰면서 미처 내가 깨닫지 못했던 생각을 확인할 때, 글쓰기는 쾌락이 된다. 글쓰기는 내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적는 활동이다. 질문에 대한 미지의 답을 탐구하며 한 문장씩 쌓는 행위에서 지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나를 위한 글쓰기가 목적이라면 그 무엇도 염두 할 필요 없다. 그저 자신에게 집중하면 된다. 그 글이 좋은 글인지 나쁜 글인지는 타인이 아닌, 내가 평가한다. 글을 쓰고 난 후, 내가 즐겁다면 그 글은 좋은 글이다. 즐겁지 않다면 좋은 글이 아니다. 즐거움을 위한 나의 글쓰기 목적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을 향한 글쓰기라면 조금 다르다.


타인을 향한 글의 종류는 다양하다. 설득을 위한 논설문, 프로젝트 결과를 안내하기 위한 결과 보고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한 제안서가 바로 그렇다. 당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종류를 정했다면 그다음에 생각할 것은 독자다.


타인을 향해 글을 쓸 때 독자는 중요하다. 타깃이 누구인가를 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팀장이 볼 보고서인지 CEO가 볼 보고서인지에 따라서 보고서의 구성이 다르다. 팀장이 본다면 실무적이고 세세한 보고가 필요하다. CEO가 본다면 큰 그림과 방향을 설정하는 보고를 해야 하듯이 말이다. 또, 초보자를 위한 글인지 중급자를 위한 글인지에 따라서 글의 전제가 다르다. 초보자 대상으로 한다면 전문적인 정보를 모른다는 전제로 쓴다. 중급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본적인 정보라는 전제 위에서 난이도 있는 정보를 글로 풀 수 있

다. 독자 설정을 잘하지 못한다면 지식의 저주에 빠진 글을 쓸 확률이 높다. 그럼 지식의 저주라는 것이 무엇일까?


1990년, 스탠퍼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엘리자베스 뉴턴은 한 가지 실험 놀이를 한다. 이 놀이는 일명 ‘음악 맞히기’다. 실험은 두 무리의 집단으로 나누어진다. A는 ‘두드리는 사람’, B는 ‘듣는 사람’이다. A는 생일 축하곡이나 미국 국가처럼 누구나가 알고 있는 25곡의 리듬에 맞춰서 테이블을 두드린다. B는 A가 두드리는 곡이 뭔지 맞추면 된다. 엘리자베스 뉴턴은 실험 전에 A에게 물었다. “B가 이 곡들을 맞힐 확률은 얼마일까요?” A는 답한다. “50%는 충분히 맞힐 거에요.”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B는 2.5%만 정답을 맞춘다. A는 이 실험 결과에 당황한다. 그들이 공통으로 보인 반응은 이렇다. “아니 이걸 어떻게 모를 수 있자?”, “뭐 이런 멍청이가 다 있는 거야.”


생일 축하 노래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테이블을 두드리다 보면 ‘딱딱’ 거리는 타악음이 마치 멜로디 선율에 맞춰서 연주되는 것 같다. B에게 타악음은 아무리 쉬운 노래라고 해도 ‘모스부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은 정보를 알면 모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느낌조차 알지 못한다. 그래서 A는 자신의 연주가 B에게 모스부호 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을 깰 수 있는 것은 독자가 아니라 작가의 몫이다. 작가는 독자를 향해 글을 쓸 때 작가와 독자 사이에 균형 잡힌 정보로 글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당신의 글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지식의 저주를 깨기 위해서는 3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는 타깃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둘째는 타깃이 무엇에 관심 없는지. 셋째는 타깃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다. 타깃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안다면 그것을 구태여 또 설명할 필요 없다. 타깃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제로 발전된 다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 타깃이 무관심해 하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피할 수 있어 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타깃이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안다면 거기에 조금 더 집중하여 호감도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당신이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목적과 타깃을 분명히 했다면 이제 거기에 맞는 주제를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더 날카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깊게 파야 한다. 글의 주제에 대한 궁극적인 키워드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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