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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첫 문장을 쓸까?

한 문장 쓰기 _ 4

by 고로케

노련한 작가들은 내용이 아니라 정서를 쓴다. 내용은 결국 작가가 의도한 특정한 정서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작가가 의도한 정서를 독자가 느꼈다면 성공한 글을 쓴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연구해야 할 것은 정서다. 독자가 어떤 정서에 반응하고 매력을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 글의 첫 문장은 그런 의미에서 꽤 중요하다. 소개팅에서 첫인상은 중요하다. 이 사람을 계속 만나고 싶다. 알고 싶다. 라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글에서 첫인상은 첫 문장에서 결정되며 그 첫 문장이 얼마나 매력적인 정서를 전달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첫 문장을 쓸 때는 질문으로 시작해라, 유명인의 말을 인용해라, 와 같은 방법을 소개한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핀트가 어긋났을 뿐이다. 매력적인 질문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거기에 혹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유명인의 말이라고 해도 그 말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어떤 방법으로 문장을 시작하던지 매력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매력적인 첫 문장의 조건은 독자가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읽고 싶게 만드는 정서는 딱 한 가지다. 이 한 가지 정서만을 줘도 성공한 첫 문장이다. 그 정서는 바로 호기심이다. 많은 글쓰기 코치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질문으로 시작하라고 한다. 하지만 질문으로 시작해도 그 질문이 전혀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정서를 활용해야 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근원 정서는 다음 두 가지다.


‘유용하겠는데’ ‘놀라운데’


논리적인 글의 일반적인 정서는 유용함이다. 논리적인 기획안을 보고 이대로만 하면 되겠는데 생각이 바로 그렇고 논리적인 정보로 배열된 전자제품 리뷰를 봤을 때 느끼는 유용함도 그렇다. 논설문을 보고 새로운 통찰력을 느꼈을 때의 유용함도 있다. 나에게 필요하고 유용할 것 같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끝까지 읽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글이 아무리 유용해도 첫 문장에서 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용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첫 문장을 써야 할까?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글의 요점을 재설정해야 한다. 즉, 작가의 관점에서 독자의 관점으로 모드 변경이 필요하다. 많은 작가는 자신의 글에 매몰되어 독자의 관점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유용한 정보를 나열하여 글을 썼으나 그것이 작가의 관점으로만 써서 독자가 쉽게 이해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첫 문장은 독자에게 ‘이런 방향으로 글을 읽는다면 내 글이 당신에게 유용해.’라고 안내해야 한다. 그 방법은 헐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 노라 에프론이 학창 시절에 들은 언론학 수업에서 잘 나타난다.


노라 에프론은 언론학 수업 시간 때 교사로부터 신문의 첫 문장 쓰기 과제를 받았다. 교사는 첫 문장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전달했다.


‘오늘 비벌리힐스 고등학교의 케네스 L. 피터스 교장은 다음 주 목요일 비벌리힐스 고등학교의 전 교직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로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카고 대학 학장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스 박사, 캘리포니아 주지사 에드먼스 펫 브라운 듯이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그 사실들을 듣고 ‘다음 주 목요일 새크라멘토에서 주지사 팻 브라운, 마거릿 미드,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스 박사 등이 비벌리힐스 고등학교의 교직원들에게 강연을 할 것이다. 어쩌고 저쩌고’ 등과 같이 글을 썼다. 교사는 학생들이 쓴 여러 첫 문장들을 훑어보고 종이를 옆으로 밀쳐놓고 잠시 말없이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의 첫 문장은 ‘다음 주 목요일 휴교’다”


노라 에프론은 이 수업이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로 그 순간, 나는 언론학이란 단순히 사실들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요점을 파악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 따위를 아는 것만으로 부족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어째서 중요한지를 알아야 했다.‘ 고 말했다.


결국, 그 요점을 누구의 관점으로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독자의 관점이다. 만약 이 신문을 읽는 독자가 학생이라면 누구와 어떤 세미나를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다음 주 목요일이 휴교라는 사실은 매우 유용한 정보다. 학생들이 다음 주 목요일이 휴교라는 첫 문장을 읽는다면 아마 왜 갑자기 휴교일지 궁금해서라도 기사를 끝까지 읽을 것이다.


그다음, 놀라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놀라움은 통념과 다른 내용을 보았을 때 독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첫 문장에서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통념과 다른 생각이 있다면 호기심이 생겨서 글을 읽기 시작할 것이다.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독특한 관점으로 대상을 해석하기다. 우리가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관점과 다르게 시작하면 독자는 놀라움을 느낀다. 다음의 문장이 그 예다.


‘행복은 근육이다. 행복도 단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량을 들어 올려야지 근육이 생기듯이 행복도 얼마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올리느냐에 따라 행복의 강도는 다르다.’


행복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과 다르다. 추상적인 행복을 근육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했다. 일반적인 관점이 아니니 독자는 놀라움을 느끼고 글을 호기심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의지는 키우는 게 아니라 길들이는 것이다. 의지는 맹수와 같다. 맹수는 자기보다 나약한 인간의 말은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나약한 인간을 무시하거나 근처에도 오지 않는 것뿐이다. 의지가 없는 이유는 의지라는 맹수를 길들일 만큼 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지가 꼭 맹수의 꼴이다.’


우리는 의지를 키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의지는 키우는 게 아니라 길들이라고 말한다. 의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이 아니라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는 문장이다.


놀라움을 주는 두 번째 방법은 일반적인 패턴을 피하여 독자의 추측 기제를 배반하는 것이다.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스틱》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패턴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안전 수칙을 설명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 고객들은 이미 그 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그 설명을 귀담아 안 듣는다. 댈러스발 샌디에이고행 여객기의 승무원인 캐런 우드는 일반적인 패턴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비행기 안전 수칙을 설명해 고객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그 설명은 아래와 같다.


‘애인과 헤어지는 방법에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이 비행기에서 나가는 방법은 단 여섯 가지 뿐입니다. 앞쪽에 있는 두 개의 출입구와 양쪽 날개에 달린 두 개의 비상창문 그리고 뒤쪽에 있는 두 개의 출입구입니다.’


어떤가? 우리가 예상하는 일반적인 비행기 안전 수칙의 설명 방법과 전혀 달라서 놀라움을 준다. 패턴을 파괴하는 설명으로 고객은 흥미롭게 그녀의 설명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첫 문장을 쓰는 방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이 글을 읽고 싶게 하려면 내용도 중요하나 매력적인 정서를 전달해야 한다.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궁극적인 정서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을 추동하는 근본적인 정서는 ‘유용하겠는데’와 ‘놀라운데’다. 유용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관심을 느낄 수 있게 그들의 관점으로 정보를 재구성하고 요점을 만들어야 한다. 놀라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관점으로 대상을 해석하거나 일반적인 패턴을 피하여 독자의 추측 기제를 배반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들을 체화한다면 여러분은 독자가 글을 읽고 싶게 하는 첫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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