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아있는 문장을 쓰는 TIP

한 문장 쓰기 _ 5

by 고로케

살아있는 문장은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한다. 문장을 보는 순간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가 머릿속에 각인된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글이다. 하지만 어떻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할까? 살아있는 문장은 두 가지 속성을 결합했을 때 나타난다. 그 두 가지 속성은 바로 단순성과 구체성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살아 있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단순하기만 한 문장은 독자가 느끼기에 불친절할 수 있다. 독자가 얻고 싶은 정보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너무 단순한 정보 때문에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을 그리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TMI(Too Much Information) 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이 많은 정보를 전달할 때 우리는 TMI라고 한다. 구체성만 있는 문장은 TMI 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마치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고 길게 늘어지기만 하는 문장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단순성과 구체성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속성들을 하나의 문장에 모두 들어가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화의 목적은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복잡하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정보만 남기고 나머지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요식업 전문가 백종원은 한 때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지막에 이런 솔루션을 준다.


“메뉴부터 줄이세요.”


그는 식당을 살리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솔루션을 왜 메뉴 수에서 찾았을까? 첫 번째 이유는 메뉴 수가 많으면 고객이 그 식당이 뭐가 맛있는 곳인지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메뉴 수를 줄이면 다양한 음식 재료 수가 줄고, 효율적인 식당경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상품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메뉴 수를 줄이면 조리 동선이 효율적으로 변하고, 특정 메뉴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음식의 질이 높아진다.


이 문제, 저 문제를 모두 나열할 필요 없다. 메뉴 수를 줄이라는 이 한 줄의 솔루션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궁극의 단순함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왜 메뉴를 줄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사람들은 이 문장만으로는 왜 메뉴를 줄여야 하는지 갸우뚱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성이 필요하다. 그럼 구체적인 문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구체화는 추상적인 기능의 언어를 감각 언어로 변환하여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MP3 아이팟은 많은 양의 음악을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제품이었다. 아이팟의 본질적인 단순함을 정의하자면 대용량과 편리성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은 용량이 크고 편리합니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아래와 같이 아이팟을 설명했다.


당신의 주머니에 1,000곡의 음악을 넣고 다닐 수 있다.


편리성은 주머니라는 구체적인 감각 언어로 대체했고 대용량은 1,000곡이라는 감각 언어로 대체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아이팟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기능이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뿐 아니라, 카누 또한 ‘편리함’과 ‘고급스러운 맛’이라는 커피의 기능을 이렇게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


‘가까운’이라는 거리 감각 언어로 편리함이라는 추상성을 대체했고 ‘카페’라는 표현으로 커피의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이러한 구체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기능과 감각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깨야 한다. 기능이 주는 감각적인 결과가 무엇인지 상상하고 글을 쓴다면 보다 살아있는 문장을 쓸 수 있다. 감각의 관점에서 기능을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 다시, 백종원의 ‘메뉴 수를 줄이세요.’라는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단순하게 잘 뽑았으나 설득력 있는 구체적인 언어로 변환할 수 있다면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나라면 이렇게 수정할 것이다.


메뉴를 줄이면 매출은 오르고 경영 시간은 준다.


메뉴 수를 줄이는 궁극적인 이유는 효율 창출이다. 단순히 메뉴를 줄이면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 그것의 구체적인 감각 언어인 시간과 돈을 기본으로 하여 문장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는 사람은 메뉴 수를 줄였을 때 나타나는 효과까지 한 번에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살아 있는 문장을 쓰는 방법은 핵심적인 내용으로 단순화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감각 언어로 변화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단순성과 구체성이라는 모순되는 속성을 한 문장 안에 녹여서 표현할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