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생각을 전개할 때는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순서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해하기 쉬운 순서의 조건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논리적인 순서, 두 번째는 독자의 인지적 순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한 전개 순서는 다음 7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시간적 순서다. 먼저 일어난 사건 순서대로 서술되어야 한다. 나중에 일어난 사건을 먼저 쓰고 처음 일어난 사건을 뒤에 쓰면 논리적 순서가 붕괴되 독자가 혼란스러워한다.
두 번째는 공간적 순서다. 일반적으로 어떤 장소를 묘사할 때 전체를 먼저 보여주고 부분을 제시한다. 이것은 영화 연출의 문법에도 해당한다. 예를 들어, 집을 보여줄 때는 집의 외관 전경을 먼저 보여주고 다음 장면에서는 집안의 세밀한 부분을 보여주는 방식이 그렇다. 다만, 전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고 특정 부분이 중요할 때는 그것을 먼저 보여주고 그와 관련된 주변을 서술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과정적 순서다. 이것은 매뉴얼이나 사용법 혹은 실험 내용을 설명할 때 효과적인 순서다. 즉, 먼저 해야 하는 일을 순서대로 보여줘야 하는 원칙이다. 만약 이 원칙대로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면 독자가 정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네 번째는 원인 결과 순서다. 대게 결과를 먼저 전달하고 결과에 따른 원인을 쓴다. 하지만 이 원칙은 절대적이지는 않다. 서술해야 할 내용에 따라서 원인을 먼저 쓰고 결과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다섯 번째는 중요성 순서다. 통상적으로 주요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하고 거기에 따른 지원 문장을 쓴다. 하지만 독자에게 결과를 먼저 보여주기보다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메인 아이디어를 나중에 쓸 때도 있다.
여섯 번째는 분류적 순서다. 분류의 기준을 먼저 제시하면 독자는 분류 기준이라는 가이드에 따라서 이어지는 분류를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앞을 살펴보면 논리적 순서와 독자의 인지적 순서라는 분류 기준을 가지고 7가지 순서의 유형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분류적 순서의 방식을 적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친숙성 순서다. 독자가 친숙하게 느끼는 것을 먼저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더 낫다. 이를 위해서는 예상 독자에 대한 분석이 우선해야 한다. 사람마다 친숙하다고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상식 수준에서 생각했을 때 다소 난해한 것보다는 쉽거나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한 소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독자의 이해가 쉽다는 글은 문단의 전개 순서가 부드럽다는 것을 뜻한다. 즉, 차원의 변화가 덜거덕거리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여기서 차원의 변화라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시간의 변화, 공간의 변화, 과정의 변화와 같은 차원의 변환지점을 말한다. 보통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이 차원의 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독자의 이해와 몰입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단의 전개 순서를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