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보다 효과적인 인수인계, 거기다가 공짜
누군가에게 프로젝트 인수인계를 받는다는 건 귀찮고 싫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인수인계받기는 나의 업무 스킬과 지식을 늘리는 데 최고의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합법적(?)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고 하지만 인수인계 기간에는 학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차가 낮은 직장인일수록 인수인계받기는 자신의 업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좋은 방법입니다. 선배들이 일하는 방식 즉, 문서를 정리하고 기획안을 쓰는 법,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가감 없이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전 직장 생활을 사수 없이 시작했습니다. 사수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사수라기보다 그저 저를 관리하는 상사에 불과했기 때문에 업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죠. 하지만, 곧 퇴사를 하는 선배는 비록 1개월밖에 보지 못했지만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분 입장에서 이제 퇴사하는 마당에 뒷일이 귀찮아지는 게 싫어서 저를 힘들게 인수인계한 것도 컸죠. 나 퇴사하면 절대 전화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요. 퇴사하면서 이 프로젝트랑 엮이는 게 싫었던 것이죠. 덕분에, 전 그분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모든 파일을 외장하드로 모두 받았기 때문입니다.
외장하드 안에는 각종 제안서와 기획안과 데이터 엑셀 파일과 이미지 파일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남겼던 견적서와 증빙자료 등, 신입사원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모든 내용이 그 하드 안에 있었습니다. 전 그 파일을 보면서 데이터를 정리할 때 엑셀 사용법과 견적서를 뽑는 기준과 제안서 쓰는 법을 훔쳐볼 수 있었습니다. 그 하드 안에는 직접적으로 제 업무와 관련이 없는 파일도 있었지만, 그 선배는 필요한 파일을 셀렉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전부 옯겨다 준 것이죠. 그건 오히려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전 그 선배가 걸은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걸으면 됐으니까요.
인수인계받는 것, 새로운 일을 떠안게 되는 건 사실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인수인계를 받게 되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이 사람은 지금까지 어떻게 일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문서를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 기획안을 짜고 아이디어를 도출했는지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하거나, 아직 몰랐던 지식으로 일을 하면 그 어떤 학원 수업보다 도움됩니다.
첫 시작은 모방에서 시작한다고 하죠? 신입사원이라면 인수인계받기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인수인계는 그 어떤 방식 보다도 업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