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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Dec 02. 2019

뉴트로(New_tro), 과거를 삽니다

뉴트로 마케팅의 본질

한국 레트로 열풍의 시작점은 2004년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개봉하고 나서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70년대 교복과 당시 학교생활에 젊은이들이 호기심을 느꼈다. 그 이후, 70년대 콘셉트로 한 식당이 나타나고 옛날 교복 입어 보기와 같은 문화가 생겨났다. 영화 써니가 개봉하면서 레트로 문화가 70년대에서 80년대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영화 건축학 개론은 다시 80년대에서 90년대로 시기를 조정했다. 그러다가 응답하라 시리즈가 방영되면서 레트로 문화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 콘셉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2000년대 초반의 싸이월드 문화를 추억하는 레트로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70년대 교복과 당시의 학교생활에 젊은이들이 호기심을 느꼈다.

가수 박진영은 자신이 문화적으로 가장 축복받은 시기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아날로그 감수성을 체득하고 그것을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는 과도기에 있었기 때문이란다. 박진영에게 창작의 지층수는 동시대 문화가 아니라 바로 8,90년대의 감수성이다. 그건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문화를 소비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그들만이 공유하는 감성이다. 나와 같은 후발 세대는 머리로만 이해할 뿐, 몸으로는 알 수 없는 정서다.  


시대마다 지니고 있는 특수한 감수성은 학교나 집에서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시대를 떠돌면서 유영할 뿐이다. 거리에서 흐르는 음악, 내가 입고 있는 옷과 신발, 개그맨들의 유행어, 즐겨 보던 책이나 영화, 그 당시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사고와 나를 짓눌렀던 고민들 모두가 그 시대의 감수성으로 몸은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레트로 문화는 뭔가 기형적인 감수성으로 우리를 자극한다. 새 문화를 창조하기보다, 8,90년대의 감수성을 재해석하거나 변주하는 데 그친다. 즉, 과거로의 회귀다.


8,90년대의 감수성을 재해석하거나 변주하는 데 그친다. 즉, 과거로의 회귀다.


90년대에는 적어도 다양한 문화가 존중받았다면, 지금은 몇 개의 메인 스트림이 주도하는 단일한 문화 형태로 변했다. 어쩌면 문화의 한계는 여기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선택할 수 있는 취향 수가 적으니 개인의 감수성이라기보다 산업의 감수성만이 이 시대에 묻어 있을 뿐이다. 다양했던 대중문화 잡지는 문을 닫고 레코드점에서 음반을 사기보다 스트리밍으로 손쉽게 음악을 듣는 시대. 트로트,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보다는 아이돌 음악만 난무하는 시대. 멀티플렉스가 영화관을 점령해 버린 시대에 지금 살고 있다. 


지금을 디지털 세대로 통칭한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 문화를 누린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감수성이다. 디지털은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성이 사라진 가상의 문화다. 이것은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문화가 아니라 디지털 매체가 가공한 것을 간접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몸이 기억해야 할 감수성을 기계가 대신 기억한다. 물론, 그만큼 편리하지만 우리는 잃어버린 것이 많기도 하다.


최근에는 레트로(Retro)에서 뉴트로(New_tro)라는 말로 새롭게 복고문화를 바라본다. 레트로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향수의 정서가 짙다면 뉴트로는 과거 그 자체를 새롭게 받아들인다. 특히 00년 이후의 출생자들에게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그저 새로움이다. 지금 20대 초반에게 HOT를 아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그들은 과거를 추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문화로 즐긴다.  


뉴트로는 과거 그 자체를 새롭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과거를 추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문화로 즐긴다.


뉴트로 마케팅은 추억 팔이가 아니다. 그 본질은 시간의 힘을 활용한 진정성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다. 즉,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분의 사랑받고 여기까지 성장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과거를 보여주어 오히려 현재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킨다. 뉴트로는 시간의 무게를 버티고 살아남은 브랜드만이 지닐 수 있는 진정성이다. 뉴트로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여줌으로써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에게 동시에 어필한다. 따라서, 타깃층을 넓혀야 하는 마케터에게 뉴트로는 구미가 당기는 마케팅 콘셉트이다.


브랜드의 과거를 보여주어 오히려 현재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킨다.


2,30년이 지난 후, 2019년을 다시 기억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지금은 과거의 것을  활용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지금 세대가 미래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유산이 8,90년대처럼 아날로그가 아니라 매우 디지털적인 방식의 유산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의 디지털 세대는 아날로그를 추억하지만 미래 세대는 2019년을 디지털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자기 세대만의 방식으로 추억할지도 모른다. 인기가요를 유튜브 라이브로 시청하는 일명 유튜브 탑골공원이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대 중간에 있던 과도기 세대의 또 다른 상징이니까 말이다. 


미래 세대는 2019년을 디지털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자기 세대만의 방식으로 추억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비록 8,90년대처럼 산업의 다양성은 사라졌지만 소비자 중심의 다양성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모하고 있다. 즉, 지금은 과거처럼 다양한 생산자가 상품과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이나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하는 소비자 중심의 다양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레임으로 보면 오히려 다양성은 더 늘어났다. 아마 미래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문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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