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Apr 21. 2020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일까?

광고 마케팅 일을 하면서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처럼 모호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없는 듯합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사전적 정의는 <창조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창조>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보니


1.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2. 신이 우주 만물을 만듦
3. 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함


정도로 정의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제가 8살 때 만든 별 모양 컵도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컵이라서 크리에이티브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물을 마실 때 줄줄 흘렀던 걸 생각하면 이게 과연 크리에이티브가 맞는지 의심되기는 합니다.


약간 이런 느낌...?


늘 우리는 이런 말을 듣습니다. "크리에이티브가 좀 부족한데." "여기에 크리에이티브가 빠졌어." "이번 일은 크리에이브가 관건이야." 이쯤 되면 크리에이티브는 뭔가를 까고 싶을 때나 피드백 줄 때 어디 붙여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법의  단어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중요하죠. 사실 이 세상에 크리에이티브 없어도 되는 일이 있나요? 모든 직군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합니다. 하물며 청소할 때도 크리에이티브하게 청소하길 요구하고 있죠.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 사람마다 다른 용법으로 남발되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이죠.


1. 크리에이티브, 모순을 깨는 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합니다. 다이어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다이어트는 됩니다. 사람들은 이걸 하지 못해서 난리죠. 그들이 원하는 것도 간단합니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면서 살이 빠지길 원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걸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떨까요?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데 빠지는 다이어트가 있다면?


모순을 깰 수 있는 방법론이 있다면 그것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부작용 없이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데 살까지 빠질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고효율입니다. 그런 방법의 유무를 떠나서 말이죠. 다시 말해서, 모순을 깰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있다면 그것은 신이 만물을 창조한 것에 비견할 만큼의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2. 크리에이티브는 효율적이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데 다이어트까지 된다면 그것만큼 효율적인 방법론이 있을까요? 모순을 타파하는 힘은 효율을 극대화하는 힘을 수반합니다. 즉 양극단의 모순 관계를 하나로 용해할 수 있다면 효율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정말 크리에이티브인지 아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크리에이티브할까요? 아닐까요? 전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생각합니다.


앗! 우리 유느님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양극단의 대척점을 하나로 용해했으니까요. 많은 평론가들이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창조적이라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업적인 성공과 별개로 이 모순을 타파했기 때문입니다.그럼 마르셜 뒤샹의 <샘>은 크리에이티브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뒤샹의 작품은 크리에이티브 라기보다 <실험적 or 전복적>이다라고 정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크리에이티브 vs 익스페리멘탈


대게의 크리에이티브에는 실험적인 요소가 20% 정도는 들어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은 분리된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하나로 용해하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이면서 동시에, 기존의 휴대폰이 가지고 있는 요소를 전복하면서 실험적이기도 했습니다. 그 비율의 배합이 얼마나 적절하냐에 따라서 이것이 크리에이티브냐 익스 페리멘탈 하냐로 갈리는 것입니다.


실험적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피드에 보이는 디자인들을 보고 그것이 크리에이티브한 것인지 아니면 실험적인 건지는 구분 해서 말해야 할 듯합니다. 실험적인 것이 크리에이브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접방법은 안드로메다행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광고 마케팅 현장에서 모순은 100만 원 쓰면서 1억 같은 효과를 만들라는 주문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방법이 어찌 됐든 가히 크리에이티브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실험적인 것은 1억을 쓰면서 100만 원의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전복에 90%의 가치를 둔다면 그것이 사회적 효용성이라는 잣대로 봤을 때는 크리에이티브보다는 실험적인 것에 가깝겠지요. 물론 실험성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이 잣대는 무용지물입니다.  


4. 크리에이티브는 익스페리멘탈을 먹고 자란다


실험적인 것은 과정에 가치를 둡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는 과정 속에서 실험성이 녹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크리에이티브는 결과입니다. 결국 이 크리에이티브가 어떤 효율적인 가치를 만들었냐에 주목합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건, 크리에이티브는 익스페리멘탈이 전복한 과정을 자양분 삼아 결과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크리에이티브와 익스페리멘탈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기도 합니다.


아마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각자의 정의는 다 다를 듯합니다.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을 쓰는 사람에게 시시콜콜 당신이 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뭔가요?라고 묻기도 까탈스러워 보이니 유연하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을 쓸 때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용법으로 사용한다면 자신 조차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에 혼선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