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박하게 살자는 미니멀리즘이 트렌드죠. 미니멀리즘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생각되지만 어떻게 보면 미니멀리즘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은 그 이름처럼 간단합니다. 필요한 건 사거나 놔두고 필요하지 않다면 안 사거나 버리는 겁니다. 이건 사실 상식에 가깝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데 왜 굳이 모시거나 구매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 상식조차 지키면서 살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 것처럼 우리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른다면 미니멀리즘은 상식이 아니라 그럴싸한 트렌드가 되고 마는 것이죠.
미니멀리즘은 무조건 집안을 텅텅 비워 놓거나 필요한 물건 조차 버리거나 사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필요하다면 구매하거나 버리지 말라고 합니다. 방점은 필요하지 않은 걸 버리라는 것에 있는 것입니다.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라는 이 상식조차도 지금 우리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인 듯합니다. 미니멀리즘은 궁극적으로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확실히 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만 버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이 뭘 필요로 하고 필요하지 않는지 모른다는 것에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와이프가 옷 정리를 하면서 이거 버릴까 말까를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바지는 너무 꽉 끼는 거 같은데 나중에 살 빠지면 입을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버릴까?" 전 이 질문에서 왜 우리가 지금 입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걸 못 버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구매한 물건은 마치 미래 진행형이라는 복잡한 시제 속에 있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물건은 과거에 구매해서 현재까지 이어져 있지만 미래까지 염두해야 하는 복잡한 카오스적 시공간 속에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가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의 기준은 현재형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물건의 미래 진행형 시제와 호환이 불가한 듯한 느낌인 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선택입니다. 무엇을 두고 무엇을 버릴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 것인지 미래를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죠. 현재를 선택한다면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모두 다 버릴 수 있습니다. 미래를 선택한다면 버리는 건 요원합니다. 맥시멀리즘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선택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앞에 높인 건 버리거나 사야 할 물건이 아니라 현재 or 미래 라는 시제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