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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Mar 29. 2019

카피 쓰다 막혔을 때 보면 좋은 글

카피라이팅은 영감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여러분에게 이러저라 한 정보를 주면서 말합니다.

"  이걸 모두 한 문장으로 녹여서 소비자에게 콱 박히는 카피 하나 써주세요."


막막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요. 정보를 단순 요약해도 100 문장은 훨씬 넘는 데 한 문장으로 줄이고, 거기다가 소비자의 가슴에 박히는 카피라니요. 일단 숨을 고르세요. 이 방법을 따라서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지금부터 시작해볼게요.


첫 번째, 키워드 뽑기

카피를 쓸 때 키워드 뽑기라는 건 주어진 정보들의 공통성을 찾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성공한다면 카피의 반은 끝났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럼 이 작업을 어떻게 접근해야 쉬울까요? 먼저 키워드를 뽑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정보들의 카테고리를 설정한다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농구/수영/하키/마라톤의 카테고리를 설정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간단합니다. '스포츠'라는 카테고리에 묶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 카테고리를 '땀'이라고 설정할 수도 있겠지만 저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특수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카피는 효율적인 공학에서 시작합니다. 최대한 평평하고 울퉁불퉁하지 않고 저항이 덜한 키워드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낫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 확장하기

많은 정보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압축시켰습니다. 이제 이 키워드를 확장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확장은 키워드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게 바꾼다는 뜻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 작업을 해야 할까요? 비유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은 돈이다'라는 비유에서 시간을 돈으로 비유했습니다. 시간은 돈처럼 소중하다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호수 같은 마음'에서 마음을 호수에 비유했습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호수로 넒고 깊음을 시각화했습니다. 마음이라는 추상성이 호수를 통해 구체화한 것이죠. 마음이라는 키워드를 이해하기가 더 쉬워졌습니다. 이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뽑은 키워드를 어떤 의도로 사용할 건지 확정돼야 합니다. 두 번째는 타깃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비유여야 합니다. 위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이 작업의 완성입니다.


세 번째, 낯설게 하기

자, 키워드 확장까지 왔습니다. 근데 뭔가 좀 심심합니다. 화룡점정이 빠졌다고나 할까? 소비자의 마음에 꽉 박히는 무언가가 부족해 보입니다. 확장된 키워드를 조금 더 선명하고 맛깔스럽게 전달하고 싶은데 그렇지가 않은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낯설게 하기가 필요합니다. 이 방법이 어쩌면 카피라이팅의 재미이자 어려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카피라이팅에서 낯설게 하기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방법은 꽤 많지만 여기서 핵심이 되는 원리 하나만 소개하고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만 따로 설명하겠습니다.(카피쓰기의 7가지 유형 참고) 카피를 쓸 때 늘 참신한 표현을 고민합니다. 카피를 쓸 때 참신함이라는 것은 메시지의 선명함입니다. 문학적 표현은 그 선명함을 위해서 동원된 테크닉이지 그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굳이 문학적 표현이 없어도 메시지만 선명하다면 그 방법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문학적 표현은 낯설게 하기의 주요한 테크닉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앞에 단락에서 '시간은 돈'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비유가 있기 전에 '시간'이라는 명사에 붙는 서술어는 단순했습니다. '시간이 간다', '시간이 흐른다' 정도였지요.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보편화되면서 시간에 붙는 서술어가 다양해졌습니다. '돈'에 쓰던 서술어가 '시간'에도 쓰게 된 것이지요. '시간을 쓰다' '시간을 가지다' '시간을 아껴 쓰다' 등과 같이요. 또 다른 예로 '호수 같은 마음'에서 마음을 호수에 비유했으니 호수에 쓰던 서술어를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잔잔한 마음', '물결치는 마음' 등과 같이요. 눈치 채신 분 있을지 모르지만, 낯설게 하기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비유 대상의 서술어를 원관념에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볼게요. 인생을 쓰디쓴 소주에 잘 비유하죠. 인생이라는 원관념에 소주에 사용하는 서술어를 붙인다면 어떤 카피가 나올까요? '인생 한 잔에 원샷' 정도의 카피가 그냥 나올 수 있겠네요. 어떠신가요. 좀 감이 잡히셨나요?


네 번째, 다듬기

낯설게 하기까지 작업이 마무리되셨나요? 그럼 마지막 다듬기 관문이 남았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카피 초안이 타깃의 감성과 트렌드에 부합하는지와 사족이 되는 표현이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아무리 카피가 선명해도 타깃이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가 돼도 트렌디함에 떨어져서 공감하지 못하면 실패한 카피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카피는 빼기의 미학입니다. 말의 경제성을 살리고 두 단어로 표현된 걸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지, 더 나아가 생략을 해서 그 의미가 두드러질 수 없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다듬고 축약하는 작업은 카피를 송곳처럼 만듭니다. 송곳처럼 뾰족한 카피일수록 소비자의 뇌리를 콱 찍을 수 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카피라이팅을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 카피라이팅은 하늘이 주는 영감 같은 게 아니라 기술입니다. 만약 정말 영감이 와야지만 카피를 쓸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많은 카피라이터는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 어떻게 마냥 영감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카피라이팅은 영감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마치 운동처럼 훈련만 하며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카피라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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