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로케 Sep 01. 2020

기술이 절정에 달하면 영혼도 속인다

대학교 때 헐리우드 영화는 쓰레기라고 일갈 놓으시던 교수님이 계셨다. 천박하고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수준 떨어지는 영화들이라고 하신 걸로 기억난다. 수업 때 보여 주시 던 영화는 유럽이나 제3세계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 영화는 헐리우드를 따라 하지 못하지만 헐리우드는 유럽 영화를 따라 할 수 있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안 하는 거다. 일단 모든 영화 기술의 시작점은 헐리우드다. 헐리우드 영화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사람들이 예술을 감상할 때 가장 간과하는 게 기술력이다. 기술을 보는 건 뭔가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기술보다는 영혼이 담긴 미학적 요소를 봐야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일단 기술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아래로 깔고 들어간다. 


기술이 절정에 달하면 영혼도 속인다. 미학은 기술 토대 위에서 꽃 피운다. 영화사에서 모든 미학적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그것을 주도한 게 헐리우드다. 반면에, 유럽은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정신을 중요시한다. 기술이 먼저냐 정신이 먼저냐는 달걀과 닭 논쟁처럼 끝이 없지만 난 기술 위에 정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몇몇 사람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신을 망가뜨렸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이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좀 먹는다는 게 요지다. 난 그 반대다. 기술 때문에 인간의 정신은 창발 했다. 세탁기 발명은 인간에게 여가 시간을 줬고 TV 발명은 자기가 가지 못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가게 했다. 소셜 미디어는 다른 세계 사람과 연결시켜 준다. 타인과의 접점 지점이 많을수록 인간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정신은 성숙해진다. 기술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