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창의적일 것이라는 신화
말랑말랑한 뇌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좀 뽑아봐.
우리는 늙어서 영 옛날 같지 않네.
사회 초년생 시절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죠. 우리보다 젊으니까 너희들은 크리에티브 할 거라는 기성세대들의 말들. 사실은 자신의 게으름과 무능을 젊은이들에게 전가하려는 말들이죠. 간혹 젊은 세대들 조차도 자신들이 기성세대 보다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커 주커버그나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잡스도 그들이 20대 때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이죠. 그것을 보고 '창의력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이 창의적이라는 말은 어쩌면 신화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신화가 나온 이유는 젊은이들은 관습과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날 것의 아이디어로 승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크리에이티브는 철저히 관습에서 나옵니다. 관습을 알지 못한 채 새로운 것이 나오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새로운 것을 내놓으려면 관습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습을 모른다면 자신이 내놓은 생각이 관습인지 아닌지 판단 근거가 없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 아주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라 선배에게 기획안을 제출하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거 이미 한 거야.
힘이 빠지죠. 나는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 데 그건 이미 몇 년 전에 다른 회사에서 한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말이죠. 오히려 선배가 가지고 온 아이디어가 더 탄탄합니다. 그 이유는 경험적 데이터가 충분히 쌓였기 때문입니다. 선배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합하고 뺄 건 빼고 피할 건 피해서 아이디어를 짰던 거죠. 거기다가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실행 베이스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죠. 반면에 어지간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경험적 데이터가 없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인지 아닌지를 본인들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오는 아이디어는 설익었거나 공상소설 같죠.
창의력은 수많은 경험적 데이터의 조합에서 나옵니다.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나온 아이디어는 애초에 제외하고 생각할 수 있고 조합할 데이터의 양이 많으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별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다양한 별자리를 그릴 수 있듯이 말이죠. 그럼에도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을 원합니다. 그건 왜일까요?
기성세대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경험적으로도 알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감성과 코드'입니다. 젊은이들만의 감성과 코드는 잘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아무리 데이터를 분석해도 정량적으로 나오는 수치로 그것을 체감하며 파악하기가 힘들죠. 유머 1번지를 보던 기성세대들이 코미디 빅리그를 보며 웃기는 힘듭니다. 혹시 웃는다면 그건 단지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때문이지 그 안을 파고드는 개그 코드를 이해해서 웃는 것은 아닐 겁니다. 기성세대들은 바로 그러한 감성과 코드의 수혈을 원합니다. 사업의 방향이나 콘셉트를 정할 때 바로 그러한 코드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혹시 나는 20대인데 30대보다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못할까 자괴감에 빠져 계신 분이 있다면 얼른 그런 생각은 쓰레기 통에 넣길 바랍니다. 원래 20대는 한심할 정도로 창의적이지 못합니다. 마커 주커버그를 보며 성공한 0.1%의 20대를 보기 보다, 지금 여러분의 세대를 즐기세요. 당신의 세대를 충실히 즐기는 것이 여러분의 자산입니다.